강미희 수필집 ‘나에겐 파트너가 둘이다’

강미희 수필가와 부군 이선응

신림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난곡행 버스로 갈아타고 신일교회 앞에서 내려 전화했다. ‘골목으로 와서 큰길 옆 5층 학원 건물’이라면서 집의 위치를 또박또박 알려주신다. 계단을 올라가 벨을 눌렀다. 마치 대처로 나갔다가 삼 년 만에 돌아온 시동생을 맞이하듯이 반갑게 웃으시며 반기신다. 거실 진열장에는 상패와 사진, 벽에는 예쁜 프로필 사진까지 인쇄된 시화가 걸려있다. 건넛방 한 칸은 온통 책으로 가득한 서재다. 이 집에 산 지 37년째란다. 방안 가득 문학의 향기가 그득하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까지 잘 드는 남향집이다.

강미희 수필가의 본명은 ‘창규’이다. 집안의 돌림자를 땄다. 아버지는 아들딸 구별하지 않으시려고 그러셨다지만, 남자 이름으로 인한 일화가 한둘이 아니다. 관공서나 은행에서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거나 ‘본인이 와야 한다’면서 정중하게 안 된다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뒷사람부터 일 처리를 하더란다. 그러한 이름을 양장점을 하던 스물네 살 처녀 시절에 ‘미희’라고 예쁘게 지어준 사람이 있다. 그가 어느 날 청혼을 했고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남편과 강미희 수필가는 같은 해, 같은 달, 닷새 간격으로 태어난 천생연분 말띠 부부이다. 

강미희 수필가는 오랜 신앙을 쌓은 신일교회 권사이다. 그래서 파트너가 둘이 됐다. 한 분은 남편이요, 또 한 분은 하나님이다. 두 파트너를 물질적·정신적 지주로 삼아 뒤늦게나마 꿈을 이룬 삶은 아름답다. 수필집 ‘나에겐 파트너가 둘이다’에서는 믿음·소망·사랑의 열정과 진솔한 고백이 담겨있다. “세상에서 제일 입고 싶었던 옷은 감청색 교복이었다”라면서 늦깎이로 영어, 수학, 과학, 윤리 등을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교 국문학과에 합격한 소회를 담은 ‘수험번호 240343’은 배움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증명했다. ‘막내딸 또순이’는 손자·손녀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사위와 딸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오션 시티(Ocean city) 해변’은 미국에 사는 큰딸 집에 작은딸 가족들과 방문했을 때, 해변에서 놀던 이야기, ‘비 오는 날이면’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다가 큰비를 만나 고생했던 이야기다.

해설에서 이승훈(수필가)는 강미희 수필가의 작품들은 ‘자연과 가족과 신앙을 소재로 한 서정적이면서도 한(恨)과 꿈이 승화된 수필세계’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또한, 강미희 수필가는 ‘수필은 옷이다’라고 한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라던 피천득 선생의 비유보다 더 시각적이고 피부에 와닿는다. 또한 ‘재봉틀은 나의 금고’에서 ‘앞으로 남은 세월도 반듯하게 본을 뜨고, 이 재봉틀에 박음질해서 마지막을 곱게 수놓으련다’라면서 깔끔하고 반듯한 삶을 살겠노라 다짐한다.

역경의 세월을 헤치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다양한 인생 경험과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1 TV에서 똑 부러지게 자신의 경험담에 비춰 상담자에게 길을 일러주던 모습은 몇 차례 영상으로 보았지만, 실물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고운 피부의 미인이시다.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에는 2016년부터 단골 게스트로 부부가 함께 출연하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외출하셨다가 현관문을 열고 활기차게 들어오시는 남편(이선응·76세)의 모습도 TV에서의 보다 더 건강미가 넘친다.

나에겐 파트너가 둘이다, 엠아이지, 22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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