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유성진 상병, 고 정종율 상사 조카

▲ '천안함 용사' 인 고 정종율 상사의 조카 유성진 해병대 상병.
▲ '천안함 용사' 인 고 정종율 상사의 조카 유성진 해병대 상병.

이모부의 싸늘한 시신은 27번째로 인양됐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 지 20일이 지나서다.

폭침 직후 선체 1층인 기관조정실에서 실종됐을 것으로 추정됐던 이모부의 주검은 함미 지하 기관부침실에서 발견됐다. 꼭 살아서 귀환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못했다.

해군 183기로 임관한 고 정종율(2010년 당시 32세) 상사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으로 전사했다.

2009년 6월 천안함으로 부임한 그는 해군 2함대 사령관 표창 등을 받은 모범적인 군인이었다. 장인의 기억 속 정 상사는 아내뿐 아니라 처가에도 잘하는 착한 사위였다.

정 상사의 조카 유성진(21) 상병도 그런 이모부를 보고 컸다.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이모부의 뜻을 따르고 싶었다.

유 상병은 부모님과 함께 중학생 때인 2011년 필리핀에 이민을 하였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2016년 9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유 상병은 16일 "이모부가 천안함 폭침 당시 전사하면서 조국의 바다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했다.

해병대 흑룡부대에 배치된 그는 이모부가 전사한 백령도 앞바다를 지금도 지키고 있다. K-9 자주포 조종수다.

백령도는 북한 황해남도 월내도 해안포 진지에서 불과 11㎞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이다.

240㎞나 떨어진 인천보다 북한이 더 가까운 군사요충지여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접적 지역이다.

유 상병은 매일 수시로 자주포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조종수로서의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전방 섬인 백령도로 배치된 것은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는 그는 "서해 최접적 지역에서 조국을 수호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말도 했다.

유 상병은 입대 후 해병대에서 보내는 두 번째 설 명절을 맞았다. 휴가를 갈 수 없어 필리핀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설을 보내진 못한다.

부모님과 함께할 순 없지만, 부대에서 선후임과 함께 제기차기나 윷놀이를 즐기며 합동 차례도 지낸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조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설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전역 후 필리핀으로 돌아가서도 대한민국과 해병대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 상병뿐 아니라 해병대 흑룡부대 장병들은 이날 설을 맞아 부대별로 백령도에 있는 요양원을 찾아 봉사 활동을 한다.

오전에는 부대별로 합동 차례를 지낸 뒤 직접 마련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의 은혜를 기리고 영해 수호 의지도 다진다.

해병대 흑룡부대 관계자는 "온 국민이 편안하게 설 연휴를 보낼 수 있게 해병대가 경계 근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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