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금지 구역서 불법 낚시영업…해경 "강력히 처벌"

파손된 낚시 어선 선창 1호. (연합뉴스 제공)

지난 1일 오전 5시 3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낚시 어선 A호(9.77t급)가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출항했다. 이 어선에는 겨울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선박위치식별장비(AIS)를 단 이 낚시 어선은 출항한 지 1시간 49분 만인 오전 6시 52분께 해경의 관제 시스템에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A호의 위치가 파악된 곳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울도 남서방 5.5㎞ 해상이었다. 

해경과 해군에 비상이 걸렸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초 영흥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낚시 어선 참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졌다.

당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와 낚시 어선 '선창1호'(9.77t급)가 충돌해 낚시꾼 등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선창1호가 출항한 부두도 영흥도 진두항이었다. 
 
신호가 사라진 지 30분 만인 당일 오전 7시 21분께 영흥파출소 직원이 간신히 A호 선장 B(66)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선장은 덕적면 목덕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라며 안전하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2시간가량 AIS 신호는 잡히지 않았고 선장과의 통화도 끊어졌다.

해경은 인천뿐 아니라 인근 평택과 태안을 관할하는 경비함정까지 총 14척을 투입했고 해군도 함정 9척을 지원했다. 해경 헬기 3대와 해군 헬기 1대도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결국, 낮 12시 30분쯤 돼서야 다시 선장과 통화가 연결됐고 1시간 뒤 해경 헬기가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 있던 A호를 찾았다. 

해경이 당일 A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수색에 동원한 헬기와 경비함정의 유류비용 등을 집계한 결과, 총 20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해경은 A호가 조업 허가구역을 벗어나 충청도 해역에서 낚시하기 위해 AIS 장치를 고의로 끈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최근 해상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낚시 어선의 불법 행위도 크게 늘고 있다.

바다낚시 이용객은 2013년 205만명, 2014년 246만명, 2015년 281만명, 2016년 342만명, 지난해 414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구명조끼 미착용, 영업구역 위반, 승선정원 초과 등으로 해경에 적발된 건수는 2013년 166건, 2014년 143건, 2015년 554건, 2016년 853건, 지난해 537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어자원이 풍부한 조업금지 구역 내 '명당'을 선점하고, 다른 어선에 이런 명당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치발신장치를 꺼놓고 조업하는 낚시 어선이 기승을 부린다.

어선법에 따르면 위치발신장치(V-Pass), AIS, 초단파대 무선전화(VHF-DSC) 등 위치 확인이 가능한 운항장치 3개 가운데 하나 이상을 반드시 설치해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출항 때만 이들 장치 중 하나를 작동하고 이후 어선이 조업구역을 이탈하면서 장치를 끄는 경우다. 

해경 관계자는 "위치발신장치 전원을 고의로 꺼두면 해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선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구조가 늦어진다"며 "장치가 꺼졌을 때마다 경비함정과 헬기를 투입하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해경은 올해 3차례 이상 낚시 어선 불법 행위 특별 단속을 벌이고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등과 함께 대규모 합동단속도 할 예정이다. 

또 향후 상습적으로 위치발신장치 등을 끄고 조업구역 밖에서 영업하는 낚시 어선에 대해서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보다 처벌이 강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14일 "위치발신장치 등을 상습적으로 끄고 영업하는 낚시 어선은 해경의 어선안전 관리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