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동생 병간호 투병하며 학업 병행

▲ '만학도들의 꿈'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
▲ '만학도들의 꿈'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

평균 연령 60세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식이 13일 오후 인천시 남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이 학교를 졸업하는 만학도는 22세부터 77세까지 모두 259명이다. 중학생 146명과 고등학생 113명 중 여학생이 231명으로 많다. 배움의 기회가 늦은 만큼 남다른 열정을 보인 이들은 어려운 사정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빛나는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장기화(53·여)씨는 결장암 환자인 아버지와 위암을 앓던 동생이 지난해 잇따라 세상을 등진 뒤에도 학업을 놓지 않아 주변의 본보기가 됐다.

장씨는 밤낮 병원에 다니며 두 가족을 간호하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배움의 뜻을 이어왔다.

아버지 병간호를 하느라 뒤늦게 등교해야 했던 그는 혹여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칠까 교실 맨 뒤에 앉아 수업을 듣곤 했다고 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뒤늦게 입학한 김명희(75·여)씨는 이날 많은 학생 앞에서 노력상까지 받으며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그는 당뇨를 앓아 치아가 녹아내리는 아픔에도 3년 내내 개근하고 방송통신대학교에도 입학 원서를 내 주변의 박수를 받았다.

간 경화 투병 중에도 입원 치료를 반복하며 학교에 다닌 신옥자(60·여)씨와 치매를 앓는 친·시모를 모시며 학업을 병행한 강문자(60·여)씨도 학생들의 본보기가 됐다.

윤국진(72) 남인천중·고교 교장은 "우리 학교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성인들에게 배움의 한을 풀 수 있게 하는 평생학습의 장"이라며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졸업생과 유정복 인천시장, 제갈원영 인천시의회 의장,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1984년 학생 7명으로 출발한 남인천중·고교는 저소득층 자녀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이 중·고교 정규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다.

올해까지 36회에 걸쳐 졸업생 1만3000명을 배출했으며, 만학도로 졸업한 학생 중 절반가량이 대학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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