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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퍼 올린 구원의 시김대술(암브로시오) 신부의 두 번째 시집, ‘그대에게 연을 띄우며’
  • 이원규 기자
  • 승인 2018.02.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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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술 신부

시인이기도 한 김대술 신부는 수원 다시서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한다. 강득구 경기도 연정부지사의 소개를 받고 센터를 찾아갔던 날이 귓바퀴가 깨질 듯 혹독하게 추웠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봉사자들이 집에서 싸 온 각양각색 도시락들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식당에서 아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정말 착한 사람들, 천사의 모습이다.

김 신부는 20여 년 전부터 나환우, 이주노동자, 위기가족은 물론 수원역 일대 노숙인들의 벗으로 살면서 낮은 자들과 함께하는 예수의 삶을 따르며 헌신한다. 그 바쁘고 고달픈 와중에도 더 어두운 곳을 밝힐 시까지 지었다. 노숙인들의 주거비 마련을 위해 첫 시집을 냈었는데, “부족하지만, 어려운 조국의 현실을 살아가는 죄로, 거친 시대를 정리하고 싶었다”라면서 이번 두 번째 시집의 수익금은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하며 통일운동단체에 기부한다니 또 한 번 더 감동이다.

고등동 뒷골목 / 서울 가는 길 막혔지만 / 짙은 안개 포근한 이불처럼 / 단칸방 있었으면 좋겠다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 드러난 살갗 잊을 수 없도록 / 숨을 거둔 털보 새벽이 덮어준다 // (중략) // 공밥이라 먹어도 허기진 눈동자 / 바라지도 달라고도 않던 수려한 외모 / 수원역 모퉁이 제철 거슬러가도 / 지나친 것은 부끄러움뿐이었다 //(하략) -‘털보’ 부분

2013년 수원역 노숙인과 함께 생활하며 겪은 애환을 그렸던 첫 시집 ‘바다의 푸른 눈동자’에 이후 발간한 두 번째 시집은 61편의 주옥같은 시를 제1부 겨울나라 뜨거운 노래, 제2부 올 더위 못 넘길 줄 알았는데, 제3부는 시대의 투망, 제4부 당신을 위한 후박향기로 나누었다. 해설에서 한신대학교 최민성 교수는 김 신부님은 ‘크고 맑고 형형한 눈’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상을 향한 지향은 그 저항을 순례의 거룩함으로 승화시킨다”라면서 “그 눈빛을 닮은 아름다운 시도 계속되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추자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종이 연을 만들어 넣어준다. 어릴 적 내가 보았던 그 연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삶을 견뎌낸 섬사람이 현세 삶에서 더 큰 자유로 날아오르라고 건네는 희망으로 보였다.”라면서 연을 시집 제목으로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시집의 제자(題字)는 장종찬(요한) 신부, 본문 지리산 사진은 류요선(디도) 신부의 작품이다.

김 신부는 시집의 첫 장에 자신의 스승인 고(故) 신영복 교수에게 보내는 헌사도 있고, 인문학 여행, 독거노인 이사지원 자원봉사 사진 등도 실려 있다. 1999년 사제서품 이후 2011년 ‘시와 문화’에 ‘고등동 여인숙’, ‘아이거 북벽’을 발표하며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김 신부는 전남 목포와 제주도 사이에 떠 있는 섬 추자도 출신이다. 신학교에 가기 전에는 열댓 개의 직업을 전전하기도 했단다. 피어선 신학교에서 강기철, 김종혁 교수를, 성공회 사목연구원에서 가르침을 주었던 고(故) 신영복 교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사제의 길을 이끌어주었던 경기도교육감 이재정(요한) 신부 등 사회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도 한 사람씩 호명하면서 다시 한번 “최소한 태어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노라 다짐한다.

그대에게 연을 띄우며, 나남, 196쪽, 1만2천원

이원규 기자  lwk@1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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