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가리왕산 진혼’ 사진전도 2월 24일까지 ‘갤러리 꽃피다’에서 열려

전시장 불이 꺼졌다. 캄캄하다. 가리왕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다. 상영이 끝나고 불이 다시 켜지자 사람들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바닥에는 하얀 종이가 깔려있다. 행위예술가 나비가 ‘꽃상여(레퀴엠)’라는 제목으로 오프닝 퍼포먼스를 한다. 가리왕산 벌목 현장에서 가져온 그 나무를 염하고 그 위에 꽃잎을 뿌린다. 밖으로 나와 흰 종이를 소지한다. 왠지 슬프다.

축제 분위기로 기뻐해야 할 때인데, 이쪽에서는 진혼제를 올린다. 이어서 박일화 명상무용가는 흰 화폭 위로 걸어 들어가 웅크린다. 카니 김석환이 붓을 휘두를 때마다 500년 가리왕산이 되고 계곡으로 변한다. 산악인 가수 신현대가 통기타를 치며 설악가를 부른다. 누군가 앙코르를 외쳤다. 애절하면서 힘차고 깊으면서도 높고 그윽한 목소리가 메아리로 변해 관객들을 울린다.

조명환의 ‘가리왕산 진혼’ 사진전은 동계올림픽 기간 중인 2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서울 필동사무소 인근 ‘갤러리 꽃피다’에서 열린다. 동계올림픽으로 말미암아 가리왕산에서 자라던 150년 이상의 큰 나무 10만 그루가 무자비하게 잘려나갔다. 2014년 스키 활강장으로 지정되면서 아름다움, 생태적 가치도 함께 파괴되었다.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조 작가는 각종 TV와 잡지 인터뷰와 사진전, 달력제작 등으로 끊임없이 환경 파괴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이제는 목이 메어 더 소리칠 수조차 없다.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웠던 가리왕산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절규로 사진전으로나마 진혼제를 올린다.

조명환 사진작가는 공대를 나와 IT 계통에서 20여 년 일하다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사진 촬영에 매진했다. 이 사진집이 나오기까지 가리왕산을 열여섯 번이나 오르내렸단다. 1부 가리왕산, 생명의 숲, 2부 리본, 사형선고 받은, 3부 아름다워서 슬픈, 가리왕산으로 나눠 편집했다. 그동안 펴낸 작품집은 ‘백두대간 생것들’ ‘굴업도 생것들’, ‘한국의 산, 나무’ ‘ 한국의 산, 야생화’ 등이 있다.

아름다워서 슬픈, 가리왕산, 생것미디어, 11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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