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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 이원규의 된걸음 세상] 그건 나 때문이야
  • 이원규 기자
  • 승인 2018.02.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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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사회2부 부장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달항아리 성화대에 평화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나 된 열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이념과 종교, 인종을 넘어서 하나가 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역대 최대의 규모란다. 총 10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25일 폐막 때까지 17일간 맘껏 기량을 겨룬다. 그 와중에 또 하나, 국민 응원단의 표를 긁어모아야 승리하는 지방선거도 있다. 그야말로 피 터지는 결전이 바투 다가섰다. 올림픽이건 선거전이건 간에 정정당당해야 빛이 난다.

잘 아시다시피 올림픽이나 선거판이나 궁극에는 밥줄이 걸려있다. ‘기초’라는 시의원 금배지만 달아도 웬만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것보다 훨씬 대접이 좋은 보수와 특혜까지 보장된다. 운 좋게 잘난 주군의 성은까지 입는다면 그 뒤만 졸졸 따라다녀도 먹고사는 데 하등의 지장이 없다. 그런 선거가 6월 13일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이른바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이미 13일부터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이 시작됐다. 이어서 3월 2일부터는 시·도의원, 구·시의원 및 장, 한 달 뒤에는 군의원 및 장의 선거의 예비후보자등록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필자가 청년 시절에는 장난삼아 손가락을 상대방을 향하게 하면서 약까지 올렸던 노래가 있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렀던 우리 동네 출신 가수 이장희가 불러 히트했던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라는 가사의 ‘그건 너’이다. 후렴구는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당시 그 정권에서 당연히 금지곡으로 판정을 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술 한 잔으로 거나해지면 너나없이 불러댔던 국민 애창곡이다. 금지곡은 아니지만, ‘난 너를 믿었던 만큼’이라고 했던 ‘잘못된 만남’을 불렀던 가수 김건모가 부른 또 다른 노래 ‘핑계’도 한 번쯤 흥얼거려 볼 시국이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중략/ 이렇게 쉽게 니가 날 떠날 줄을 몰랐어 /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게 슬픈 사랑을 / 가르쳐준다며 넌 핑계를 대고 있어”

지금도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서로 ‘너 때문’이라고 ‘핑계’ 댈 궁리에 골몰한다. 지금 우리의 사정이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 한 판에 쪽박까지 서로의 머리통을 때리면서 깨부수고 있다. 요즘에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운동권이나 시민운동단체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모두 제 밥그릇 지키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한때는 불의에 항거하며 동네에서 힘깨나 썼던 자들은 지금 관변단체에 떡하니 들어앉아 펜대나 굴리는 중이다. 펜대라도 제대로 굴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밥술이라도 뜨게 한 자신만의 주군 뒤치다꺼리에 바쁜 괴물들로 변했다. 진짜 피땀 흘리는 주인들은 이웃 마을 출신 가수 조용필의 노래처럼 ‘창밖의 여자’로 내몰렸다.

우리는 옛날부터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으로 돌렸다.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구차한 변명으로 둘러댔고, ‘그건 너 때문이야’ 하면서 책임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는 못된 버릇이 아직도 몸에 뱄다. 그렇다. 문제가 된 그 ‘잘못된 만남’이 내가 아닌 너에게 있다고 믿고 싶은 거다. 지금 우리는 최대의 위기다. 물론 ‘위기’라는 단어는 ‘위태롭지만, 기회가 있다’라는 말로 풀이하면서 위로하고 싶은 심정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처럼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되면 좋겠지만, 요행을 바라면 잘 이뤄질 것도 빗나가게 마련이다. 승리했건 패배했건 간에 잘못된 모든 건 다 ‘나 때문이야’로 돌리자. 물론 잘된 것은 모두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이원규 기자  lwk@1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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