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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칼럼] 시청 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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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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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청공원환경과장 강구인

용인시청 얼음판의 시끌벅적하던 무료 썰매장이 43일간의 운영을 마쳤다. 연인원 15만 여 명이 이용하였으니, 하루에 3500여 명씩 다녀간 셈이다. 동계 체육행정으로는 성공적이다.

제빙시설로 만들어진 얼음판, 안전한 운영주체에 의해 가공된 그 속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공적 부조의 뿌듯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들 손을 잡고 나오는 그 아이들의 작금의 환경이 아쉽다는 생각도 해봤다. 예전에 하늘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빙빙 도는 솔개에 채일지라도, 큰 마당에서 헤집어대던 닭들의 활발함이 이제는 양계장의 규격화된 케이지 속에 갇힌 모습과 비견되었다.

시청 얼음판을 보자니, 문득 어릴 적 추억이 파노라마로 글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가 어릴 적 시골고향에도 지금의 용인시청 얼음판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동네마다 얼음판이 한군데씩은 있었다. 그 때만 해도 호롱불로 세상을 밝히며, TV는 읍내나 나가야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사시사철 야외에서 또래 친구들과 들고 뛰는 것이 놀이의 전부였다. 겨울만 되면, 마을 한 복판, 가장 널찍한 논은 누가 물꼬를 막으란 말도 없었는데, 동네 선배들이 알아서 물꼬를 틀어막아 물을 한강으로 만들어 놓는다. 자연스런 얼음판 시설공사가 끝난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전년에 타던 썰매를 꺼내 손질하고, 꼬챙이도 새로 만들었다. 꼬챙이는 노간주나무가 제격이었다. 펜치로 대못의 머리를 잘라 꼬챙이 밑동에 알맞게 박으면 됐다. 소나무를 정성들여 깎아 팽이도 만들고 운동화 끈이나 노끈 등으로 머리채처럼 땋아 매단 팽이채를 만들었다. 참새를 잡겠다고 물푸레나무 가지를 불에 구워 기저귀 고무줄을 이으면 새총이 완성되었다. 들판의 새들을 잡겠다고 덮치기를 몇 개 만들면  시골 아이들의 월동 장구는 만반의 채비를 마친 것이었다. 모두가 어린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었다. 

그렇게 채비를 마치고 동장군이 밀려들어 얼음이 꽁꽁 얼면 온 동네 아이들이 얼음판으로 모여든다. 지금의 잠실운동장이 따로 없는 것이다. 좀 어리다 하는 애들은 두발썰매를 탄다. 대개 칼날은 만들기 쉬운 철사를 두 줄로 대어 만들었는데, 위험하지는 않았으나, 속도는 신통치 않았다. 집안 아재나 형들이 도회지 물 좀 먹었다 하는 애들은 어쩌다 스케이트 날을 덧대 만든 썰매를 탔는데, 속도감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좀 컸다고 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서서 타는, 두발만 살짝 걸치게 되어있는, 외발 썰매를 탄다. 속도에서는 스케이트만큼이나 빨랐고, 회전력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골 아이들은 외발썰매를 타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쓰러지고 마는, 균형감각을 배웠던 듯싶다. 썰매를 타다가 힘들거나 지치면 팽이를 치며 왁자지껄 했었다. 그 때도 혹간 부잣집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는 평생 스케이트도 못 신어보고 지금의 나이를 먹어 버렸다.   

그렇게 놀다보면 얼음판이 깨져 차가운 물에 빠지는 수가 허다했다. 그 당시 대개 신이래야 기차표 검정고무신이었고, 양말과 점퍼는 나일론 제품이었다. 얼음물에 빠진 발이 시리니, 고주박이나 마른 쇠똥을 주어다가 논두렁에 불을 피운다. 아늑한 논두렁 가를 찾아, 쥐구멍을 찾아 불을 피우면 땅속 구멍이 연통구실을 하며 불이 잘 피워졌다. 쇠똥으로 피운 불은 참으로 마디게 타기도 하였다. 서로 젖은 양말을 말리겠다고 신발을 벗고 발을 불에 쬐어 말리다 보면 감각이 제일 무디다는 발바닥이 뜨끔하였다. 그 때는 벌써 불에 약한 나일론 양말이 마르기를 지나 타버린 뒤였다. 집에 가면 당연히 엄마의 부엌 빗자루나 부지깽이 매질이 기다렸지만, 그렇게 시끌시끌하던 얼음판도 집집이 굴뚝에서 저녁연기 피어나는 해질녘이면 태초의 고요한 자연 속으로 되돌리며 아이들을 각자 집으로 귀가 시켰다.     
이제 평창올림픽이다. 

얼음판의 각종 썰매종목, 스케이트, 스키종목에 세계인의 환호가 메아리칠 것이다. 부디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져 또 다른 썰매의 많은 추억들이 세계적으로 아롱지는 얼음판이 되기를 기원한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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