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또 불이다. 그끄저께 26일 금요일 아침,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터졌다. 꿈을 안고 시작한 새해가 이제 겨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상사가 자꾸 너무 심해졌다. 그 틈을 노린 이상스러운 이야기들이 줄줄 새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 상황이다. 급기야 합동분향소로 내려간 현직 대통령 앞에서 현직 소방청장이 울먹거리는 사진까지 뉴스라고 떴다.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은 옛날 아주 먼 옛날보다도 못하다. 자유롭고 안전한 삶의 길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주위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 길을 걸을 때조차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혼자 가는 길이란 오직 하나 사망에 이르는 길밖에는 없다. 살다 보면 느낌대로 상황이 돌아가는 때가 있다. 좋은 기운이 있을 때는 일도 술술 잘 풀리지만, 뭔가 찝찝하고 이상스러운 기분이 들면 평소 잘 되던 일도 삐걱거린다. 하나가 풀리는가 싶으면 또 다른 사건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길목을 턱 하니 가로막는다.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사건들이 그치질 않는다. 사고는 일어나기 전부터 유사한 사건이 빈번하게 터지면서 전조증상이 반드시 온다고 한다. 우리가 무시했거나 느끼지 못했을 뿐, 우리의 삶 속에도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준비하라는 신호를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보낸다고 한다. 느닷없이 터진 사고라고 생각하겠지만, 큰 사고는 그냥 오지 않는다. 영화나 소설에는 ‘복선’이라 하여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견할 수 있는 장면을 살짝 끼워 넣는다.

세월호의 비극은 정권까지 뒤바꾸는 위력을 발휘했다. 사건·사고가 터진 후에야 법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사후약방문’식으로 입에 게거품을 물어봤댔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코, 도움도 되지 않는 헛것이다. 나는 피해당사자가 아니니 괜찮다고 남 일처럼 생각하지 마시라. 순간만 모면하면 잠잠해질 거라는 생각은 더 문제다. 남이 아닌 내 탓으로 돌려도 될 둥 말 둥 한 판에 서로 남 탓으로 돌리느라 정신 못 차리고 있다.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 사무실에는 달필의 붓글씨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붙어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있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했다. 옛 어르신들은 막말하는 사람, 입이 가벼운 사람하고는 거리를 두며 가려서 사귀라 했다. 요즘에는 도대체 그 기준이란 게 어디로 실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부터도 그러하지만,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말조심해야 한다. 특히 가장 호사를 누리는 계층인 정치인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노여워 마시라. 권한과 특혜까지 맘껏 누리면서도 억지와 막말들이 상상을 초월하며 극으로 치닫기에 하는 말이다.

옛 속담에도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른바 큰길을 걷는 이들이 말을 너무 가볍게 하고 사나워져서 하는 말이다. 지위가 올라가면 그만큼 대접도 해주지만, 인격도 함께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요즘 들어 웃기는 어르신네들 참 많아졌다. 제발 조심조심 말조심 좀 하시라. 애들 보고 배울 게 진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쌓여있다면 여의도에서 문 걸어 잠그고 비공개로 몇 날 며칠이고 하시라. 그곳에서 치고받으며 밤새워 싸우는 게 진짜 할 일 아니던가. 사고현장에 별로 잘난 것도 없는 얼굴 제발 내밀지 마시라. 솔직히 말해서 꼴 보기 싫다. 입맛까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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