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사실관계 인정…과실 혐의 다툴지는 나중에"

지난달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 어선을 충돌해 1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의 첫 재판이 10분 만에 끝났다.

변호인 측이 검찰 측 수사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해 혐의를 인정할지 다툴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나경 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기소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의 선장 전모(39)씨와 갑판원 김모(47)씨의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 내용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변호인은 "수사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해 공소 사실에 대한 의견은 추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가 "혐의를 다툴지 자백할지도 결정 못 했느냐"고 묻자 변호인은 "구체적인 기억이 다른 부분 있어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며 "양형을 두고 다투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씨와 김씨는 이날 담담한 표정으로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 내 피고인석에 섰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두 손을 모은 채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수사 검사가 공소 사실 말하자 전씨는 두 눈을 감기도 했으며,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 책상만 응시했다.

이날 전씨와 김씨의 지인뿐 아니라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 유가족 10여 명도 법정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이들은 첫 재판이 10분 만에 끝나자 황당한 표정으로 법정 앞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어제 49재를 지내고 첫 재판을 보러 부산에서 인천까지 왔다"며 "피고인들의 입에서 뭐라도 말을 듣고 싶었는데 재판이 빨리 끝나 허무하다"고 말했다.

동서 사이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 2분께 인천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5㎞ 해상에서 낚시 어선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충돌 후 전복한 선창1호에는 사고 당시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숨진 15명 외 '에어포켓'(뒤집힌 배 안 공기층)에서 2시간 40분가량 버티다가 생존한 낚시객 3명 등 나머지 7명은 해경 등에 구조됐다.

전씨는 사고 전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변경 등을 하지 않았고, 김씨는 전씨와 함께 '2인 1조'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조타실을 비워 관련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전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9일 오전 10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낚싯배 추돌' 급유선 선장(사진 왼쪽)과 갑판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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