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에서 해를 품어 넘기다

먼먼 수평선은 그리움의 표시

-연안부두에서 해를 품어 넘기다

 

뭍에서 바다를 봤다고 다 본 듯이 말하지 말 것

바다에서 바다를 봐도 바다는 다 볼 수가 없고

바다는 쉽게 보이는 게 아니다

바다를 향하여 함부로 손 흔드는 것이 아니다

너무 크게 웃거나, 우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것도 아니다

하늘도 바다에 가슴을 씻고 싶어 하고

바람도 바다에선 편히 눕고 싶어 한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구름과 꿈들은

바닷속에 빠졌다가도 끝끝내 또다시 되살아나니

누구라도 함부로 바다를 지배하려 해선 안 된다

바다는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뭍의 이야기를 큰소리로 하지 말 것

바다에서는 바다의 이야기만 들어도 끝이 없고

세상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바다에서 살아보겠다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며

밀려왔다 되돌아가던 파도에 맞서다 멍들었지만

모질게 버티며 하루해를 넘기었구나

깃털 고운 갈매기들은 오늘도 부드럽게

그리운 섬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왔구나

후련하게 미련일랑 훌훌 털어버리자

아프게 살면 살수록 뜨고 지는 해는 붉다

먼먼 수평선은 떠나간 그리움의 애절한 표시다

한 번쯤 가야 할 우리의 목표다.

 

□ 이원규

시인·전업 작가, ‘안양 근로문학’에서 김대규 시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 경기도문인협회 3~5대 사무국장 역임. 현재 한국문학세상 사무처장,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자문위원, 시집 ‘은행을 털다’, 작가연구서 ‘백조가 흐르던 시대’ 등 다수. 월요칼럼 ‘된걸음 세상’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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