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 유보…남편의 국내 송환 이후 결정될 듯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살해범의 아내가 법정에 나와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2부(이승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모(32·여)씨에 대한 존속살인 혐의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는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평결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법원은 선고 과정에 이를 참작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의 주범이자 정씨의 남편인 김모(35)씨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어 정씨와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추후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지는 김씨 송환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남편 김씨가 올해 10월 21일 자신의 어머니 A(55)씨와 이부(異父) 동생 B(14)군, 계부 C(57)씨 등 3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그는 검찰 송치 당시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거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자필로 적은 쪽지를 언론에 들어 보이기도 했다.

검찰에서도 "(숨진) 시부모가 재산 상속 문제로 내 딸들을 납치하고 해칠 것이라는 얘기를 남편한테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범행하는 것을 알고만 있었다"며 모든 잘못을 김씨에게 떠넘겼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와 남편 김씨가 통화한 내용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통신내용에는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등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정씨와 김씨가 범행 이전과 진행 과정에서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뉴질랜드에서 김씨를 송환한 뒤 조사를 거쳐 존속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도살인 혐의를 김씨와 정씨에게 적용할 방침이다.

존속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이고,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한편 뉴질랜드 법원은 이달 8일 김씨에 대한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마지막 절차인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의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 송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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