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경기북부취재본부장

2017년 그 어느 때보다 축산업이 어려운 때였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1월 20일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뒤 올해 3월 7일까지 4개월간 14개 시·군 123개 농가로 확산됐었다. 이로 인해 사육 중인 가금류 5400만 마리의 30%인 206개 농가의 닭과 오리 등 1588만4000여 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계산해도 비극적인 일이나, 하나의 산 생명이 땅속에 묻힌다는 것 자체가 더 슬픈 일이었다. 

계란 값이 부쩍 뛰기도 하고,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국회가 김영란 법에 묶여 있었던 농축산물에 대한 선물 가격을 10만원까지 허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왔다. 계절과 함께 어김없이 AI의 공포도 농가를 엄습했다. 당연히 각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군 흥덕면 육용 오리 농가에서 검출된 AI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날 검출된 AI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7형으로 확진됐으며,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휩쓴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형으로 전파속도가 빠르고 감염됐을 때 치사율도 높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평창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AI가 확산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일어날 것이며 이는 가금류 농가가 많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가 확진되자 즉각 AI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양주시도 지난달 21일 고병원성 AI 차단 긴급 대책회의를 가지고 시는 그간 운영하던 AI 방역대책상황실을 이성호 시장을 본부장으로 한 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전환해 AI 상황 종료 시까지 24시간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경기도와 인근 시·군, 각급 공공기관 등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했다. 빈틈없는 초비상체제로 가금류 농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AI 초기종식에 초동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 경험에서 충분히 맛봤다. 지난해 겨울 AI가 사상 최대 피해를 낸 것도 방역당국이 초동방역에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올해 6월 AI는 조기에 종식됐다. 초동방역이 잘 이뤄진 덕분이었다.

다행히 올해에는 양주시에서 조류 AI감염사례가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는 발빠른 초동방역이 이뤄낸 결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7일 강원 양양군 남대천 하구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조류 AI가 발견됐다. 바꿔 말하자면 언제든지 고병원성 조류 AI가 우리 가금류 농가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철저한 초동방역으로 조류 AI로부터 가금류 농가를 지켜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는 방역관 최종 선발 인원이 모집 인원에 모자랐다. 22명을 모집하고도 최종 선발 인원은 16명에 그쳤던 것이다. 이동통제, 역학조사, 살처분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방역관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초동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방역관 등 필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또 다시 예전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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