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용인시의회 사무국장 정해동

지방자치는 선진국일수록 제도적으로 정착되었고 시민 생활 속에 습속화되어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수준과 더불어 선진국이 되는 전제조건의 한 축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선진국이 되려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필수적이란 뜻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선진국에서의 지방자치가 정착되기까지 적어도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끊임없는 갈등과정의 연속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거의 예외 없이 지방자치는 중앙과 지방의 투쟁의 결과이자 산물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저변에서 오랜 시간동안 ‘시민’으로서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식되었고 시민사회를 형성하여 오늘날 지방자치를 정착시켰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동시선거를 계기로 외형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어 막 20년의 시간이 지났다. 선진국의 지방자치 역사와 비교할 때 급속한 지식정보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더라도 선진국 수준의 지방자치를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으로서 지방자치 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받아 본 경험은 현재까지도 거의 전무한 실정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정부수립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낮은 인식과 미비한 제도, 생활속의 사회문화로의 미정착 등으로 많은 과제들을 지니고 있다. 분단이후 냉전체제에 따른 반공이데올로기와 경제성장중심의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은 지방자치의 토양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소홀하였고, 이로 인해 우리의 머릿속에는 늘 ‘국민’만이 존재하여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시민’은 개념조차 없었다.

지방자치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 주목할 때, 이제 막 성년에 접어 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가야할 길은 비교적 자명하다. 그것은 그동안의 중앙집권적 사고와 제도적 장치들을 지방분권화하고, 지방자치가 습속화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을 포함한 지방자치 교육을 통해 성숙한 시민사회를 조성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실제로 지방재정을 비롯한 분권적 요소들을 제도화 하려고 추진하고 있음은 지방정부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의 완성은 지방분권을 통한 권한의 이양과 자율성의 보장, 무한경쟁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지방정부의 경쟁력 확보와 투명한 운영, 그리고 성숙한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사회가 함께 어울려야만 한다고 본다.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의 지방자치 제도의 틀을 바꾸는 것은 시간단축이 가능해도 시민의식을 바꾸어 선진국 수준의 시민사회문화를 정착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이자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반드시 지방자치 시민교육이 필수적이다.

이제 중앙과 국민의 관점에서 지방을 보는 ‘무능’과 ‘부패’의 시각을 지방정부의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유능’과 ‘공정’의 시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지방자치 시민교육과 관련한 논의는 주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하나의 분야로 언급되었을 뿐,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장치나 체계적인 노력은 극히 드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방자치 시민교육을 통한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하나의 축임을 중앙과 지방정부는 하루빨리 인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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