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시인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응원가, “까짓것”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충남학생교육문화원 소극장에서 이정록 시인 원작의 시집 “까짓것”이 연극으로 공연됐다. 이번 작품 ‘교문’은 2005년 10월에 창단된 천안아산 교사극단인 ‘초록칠판’에서 이인호(천안여고) 교사가 각색, 김종호(천안부성중) 교사가 연출을 맡았다. 배우들은 모두 현직 교사들이며 열세 번째 정기공연이다. 지난달 29일 아산시청에서 낭독극으로도 새롭게 시도한 바 있다. 저자 사인회로 공연 전 30분에 도착한 이정록 시인은 이번 공연소식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돼 “대전, 안동 등 전국에서 러브콜이 들어온다”라면서 눈가에 하회탈보다도 더 깊은 주름살을 만들며 호탕하게 웃는다.

극의 줄거리는 시를 좋아하는 문예동아리 ‘초록심지’의 학생들이 모여 시를 말하는데,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때로는 슬퍼서 눈물이 솟구친다. 시를 통해서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간절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성원기(설화고), 이세진(환서초), 이소리(천안두정초), 김선현(천안백석중), 박대규(합덕제철고), 남호(신창중), 신동원(양당초), 김경희(천안청수초), 김보영(충남외국어고), 김영철(설화고), 전장곤(천안쌍용고) 교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를 했고, 음향, 배경영상, 사진, 무대설치, 영상, 무대디자인, 안내 등의 스텝으로는 이혜연(충남예술고), 이혜영(온양고), 박병우(천안용곡초), 배현준(천안청수고), 하태민(온양여고), 박은지(천안구성초), 권아름나라(천안부영초), 정유정(천안여중), 현영희(오목초병설유치원), 조애산(천안불당초) 교사가 참여했고, 천안청수고 3학년 길한별, 유재원 학생이 조명을 맡아 수고해줬다.

원작 시집 “까짓것”은 이정록 시인이 청소년을 위해 써낸 시들이다. 시집에 담긴 59편의 시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본 사회현상이며 고발이기도 하다. 청소년 알바생이 ‘커피가 나오셨습니다’라고 높임말을 쓴다는 등 청소년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에는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시집에 실린 모든 작품은 제목만 보아도 대충 내용이 짐작되고 유머와 위트가 넘쳐 무조건 재밌게 읽힌다. ‘개 두 마리가 편견과 선입견이라면서 일견, 맞는 말이다’라고 눙을 치기도 하고, ‘맛난 물고기는 치자로 끝난다며, 눈치를 키워야 한다’는 둥 똑같은 단어라도 그의 작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난다. 때로는 웃기고 울리면서….

이정록 시인은 열아홉 번의 낙방 끝에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한 33년 차 교사 시인이다. 이미 ‘아버지 학교’와 ‘어머니 학교’는 물론 ‘달팽이 학교’까지 글로 세웠고, 만해문예학교 교장까지 겸업(?) 중이다. 시집으로는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과 이번에 연극으로 올린 청소년 “까짓것”이 있다. 산문집으로 “시인의 서랍”이 있으며, 동화책 “대단한 단추들” “미술왕” “십 원짜리 똥탑” “귀신골 송사리”와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와 그림책 “똥방패” “달팽이 학교”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박재삼문학상을 받았다.

까짓것, 창비교육, 124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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