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대신 마시고 쓰러져…병원 치료 中

인천의 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매캐한 연기 속에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구조자에게 벗어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13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인천 서부소방서 소속 한의섭(39) 소방교는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서구 가정동의 한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지하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시커먼 연기 속에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지하에 다다르자 "여기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공사 중이던 작업자 4명이 불안에 떨며 한데 모여 있었다.

한 소방교는 코와 입만 가리는 보조 마스크를 작업자들에게 건넨 뒤 계단을 올랐다.

그때 보조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이동하던 한 작업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헐떡였다. 유독한 연기가 퍼진 터라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 소방교는 즉시 자신이 쓰고 있던 면체(얼굴을 모두 가리는 호흡보호장비)를 벗어 혼란 상태에 빠진 구조자에게 건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은 구조자는 다른 작업자들과 함께 무사히 탈출했다. 3∼4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한 소방교의 빠른 판단이 빛을 발했다.

작업자들과 함께 현장을 빠져나온 한 소방교는 두세 걸음도 못 가 쓰러졌다. 기도로 연기를 들이마신 그는 현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 소방교는 한 언론지와의 통화에서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구조자들을 빨리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상가 건물에서 난 불로 지하 1층에서 작업 중이던 A(50)씨가 숨지고 작업자 21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