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수리아파트 1300가구 공사 지연 고통

군포시 산본동 한양수리아파트 1342가구 주민 4천여 명이 배관교체공사가 지연되면서 한달 넘게 추위 속에 떨고 있다. 한양수리아파트 주민들이 전기매트와 전열기를 이용해 추위를 이기고 있다.

군포시 산본동 한양수리아파트 1342가구 주민 4000여 명이 한 달 넘게 추위에 떨고 있다.

지난 8월 시작된 단지 내 배관 교체공사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가정내 난방·온수 공급이 끊겨 영하의 혹한 속에 벌벌 떨며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낮 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떨어진 12일 오후 한양수리아파트 802동 김모(51·여) 씨의 집.

현관에 들어서고 나서 한발을 마룻바닥에 딛자 발바닥을 통해 한기가 온몸으로 전해왔다. 두꺼운 등산용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도 "어 차가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 집 온도계에 표시된 온도는 10.8도였다.

김씨는 집 안인데도 두꺼운 패딩을 입고, 털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마루에 깔린 카펫 위에는 전기장판과 담요, 이불이 4중으로 덮여 있었고, 그 옆에는 전기히터 하나가 가동 중이었다.

김씨는 "벌써 한 달 넘게 추위 속에서 벌벌 떨면서 살고 있다"면서 "온수까지 나오지 않아 그야말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아파트에는 김씨처럼 아파트 안에서 한겨울 추위를 감수하며 고통을 겪는 주민이 1342가구에 이른다.

지은 지 23년 된 이 아파트는 배관이 낡아 녹물이 섞인 수돗물이 나오자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과 군포시의 공동주택지원사업 보조금 4억9000만원을 투입해 지난 8월부터 단지 내 '공용급수·급탕·난방배관 교체공사'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파트 단지의 난방과 온수공급이 중단됐지만, 주민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불편을 감내했다.

문제는 11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민들이 추위에 내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난방공급이 안 된 아파트는 실내가 2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이었다.

824동에 사는 오모(60)씨는 지난달 13일부터 자신의 46평 아파트를 비워놓고 아내와 딸과 함께 인근 36평 아파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월세와 두 집 아파트 관리비를 합하면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나가지만, 추운 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 지난달 10일과 30일 공급이 재개될 거라는 온수와 난방은 아직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시청에 적극적인 사태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관계자는 "4000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시에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면서 "공사가 빨리 마무리되고, 부실공사가 되지 않게 관리 감독을 시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오는 14일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시는 한양수리아파트가 공사를 늦게 시작한 데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시공업체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배관공사 작업의 경우 겨울이 오기 전에 완료하기 위해 보통 4∼5월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10월 말에는 완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양수리아파트는 3개월이나 늦게 공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공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2차례 만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주민 불편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면서 "지금은 공사를 지체시키는 것보다는 난방공급을 신속히 재개하도록 다같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대로 된 설계 도면과 공사에 필요한 승인서류를 주지 않아 한 달 넘게 시간을 까먹었다"면서 "공사가 늦어지면 난방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해 공사비에 상관없이 우리가 발주를 신속히 했기 때문에 그나마 공사가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배관교체 공사에다가 소방공사까지 하다 보니 공사가 어려웠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이제는 공사가 종착역에 와서 15일이면 온수와 난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현재 일부 동은 난방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15일까지 일부 동을 제외하고 온수도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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