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 음주감지기 직구

최근 수원 시내에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 현장.

경찰관이 차량 한대를 세우고 음주감지기 전원을 켜자 '삐∼' 하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끼워도, 감지기를 흔들어봐도 전원만 켰다 하면 '삐∼' 소리가 계속됐다.

운전자가 "빨리 측정하고 보내달라"며 성화를 부리자 단속 경찰관은 동료를 불러 감지기를 교체한 뒤에야 음주 측정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지기를 바꿔 준 경찰관은 음주단속에 참여하지 못하고, 옆에서 교통정리를 돕는 등 다른 일을 해야 했다.

경찰관들은 감지기의 고장이 잦아 음주단속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렇게 음주감지기 고장이 잦은 이유는 감지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선에서 내구연한을 넘긴 감지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사용 중인 음주감지기 1549대 가운데, 내구연한 7년을 넘긴 감지기는 절반을 넘는 880대(56.8%)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자 경찰관들은 감지기 고장으로 일선에서 느낀 불편을 경기남부청 '온라인 참여방'에 올렸다.

온라인 참여방은 이기창 청장이 부임 후 '근무만족도를 높여야 질 좋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개설한 소통창구다. 온라인 참여방에 올라온 애로사항은 적극적으로 검토해 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음주감지기에 대한 민원은 680여건 가운데 단 5건이었지만, 경기남부청은 즉시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안을 마련했다.

감지기 구입은 경찰청 예산을 투입해야만 가능했으나, 경기남부청은 지난 10월 처음으로 지방청 예산을 투입해 60대를 직접 구입, 관할 경찰서 30곳에 각 2대씩 배부했다.

또 300대를 추가로 구입, 오는 20일 배부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기남부청은 고장 난 감지기를 수리하는 절차도 간소화해 기존 1주일 걸리던 것을 4일로 줄여 일선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경기지역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사실 온라인 참여방에 올린다고 해도, 곧바로 해결될 거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음주감지기 민원이 바로 해결되는 걸 보고 놀랐다"라며 "감지기 수리 기간이 빨라지고, 새 제품도 보급되면서 음주운전 단속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