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팀 "임상시험 환자 90% 수술 안해도 돼"

추간판 탈출증(속칭 디스크)으로 인한 심한 만성 통증을 단 10분 동안의 고주파 전파(電波) 요법으로 거의 다 완치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피엔차대학 영상의학과 알레산드로 나폴리 교수팀은 이를 1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주방사선학회(RSNA) 연례 총회에서 발표했다.

허리 통증은 대부분 사람이 평생 한 번 이상 겪고 때론 일상생활이나 생업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대부분 요통은 단기간에 그친다. 다만 이 가운데 20%가량은 1년 이상 지속하는 만성 요통에 시달린다.

이들 만성 요통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노화나 부상 등으로 인해 척추뼈 사이의 일종 충격 흡수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옆으로 삐져나가 주변 신경 뿌리를 압박해 허리 통증과 저림, 마비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이 추간판탈출증 증상은 허리는 물론 다리에까지 미치며 이는 이른바 좌골(앉는 동작과 괸련된 뼈) 신경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통상 요통은 휴식, 가벼운 운동, 진통제, 항염증제, 물리치료 등을 포함한, (원인 부위를 절제하지 않는) 보존적이고 비수술적인 치료로 낫는다.

다만 이런 치료로 낫지 않는 환자에겐 디스크를 일부 제거하는 등 신경이 눌리지 않도록 하는 수술을 하게 되지만 감염·출혈 등의 위험이 있고, 비용과 고통이 적지 않은 데다 반드시 치료 효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폴리 교수팀은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받고 비수술 요법으로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해 최소 3개월 이상 통증에 시달린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의 도움을 받아 고주파요법을 사용했다.

탐침이 든 가느다란 관을 환자 척추 속으로 밀어 넣어 문제의 추간판과 주변 신경 뿌리에 전기 주파를 발생케 해 일종의 가벼운 전기 충격을 주게 한 것이다. CT는 영상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활용됐다.

나폴리 교수팀은 그 결과 거의 다 단 10분간의 요법으로 하루 만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으며 시술 1주, 3개월, 6개월, 1년째에 각각 상태를 측정한 결과 환자의 81%가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통증 제거 효과가 부분적으로만 나타난 6명에겐 중간에 이 요법을 한 번 더 시행했다.

전체적으론 환자의 90%가 추간판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통증이 사라졌고, 염증이 없어졌고, 주변 근육의 긴장이 풀어졌으며, 좁아졌던 추간판들 사이의 거리가 정상으로 되돌아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주파요법은 신체 여러 부위 통증 완화나 근육 이완 등에 이미 두루 활용되고 있지만, 나폴리 교수팀은 이를 추간판탈출증 환자 척추에 탐침을 꽂아 사용하고 최신 CT의 도움을 받아 만성 요통을 치료한 점에서 다르다.

통상 연례 총회 발표 연구 결과들은 아직 동료 전문가들의 비판적 검토(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잠정적 논문'이며, 이번 연구는 효과 비교 대상인 통제그룹 없이 진행됐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통증 환자의 90%를 단 10분 만에 완치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어서 주복받고 있다.

나폴리 교수는 이 수술이 위험성이 낮고 효과가 뛰어난 데다 마취도 필요 없고 당일 바로 수술받은 뒤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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