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전효재

지난 11월 15일 포항시에서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당시 포항시청에서 회의를 하던 중 지진이 발생하였다. 서울에서 온 외부위원들과 함께 계단으로 대피하고, 이후 버스로 다른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지진의 두려움이 생생하다. 지금도 지역주민, 지역 공동체들, 그리고 관계 공무원들은 이재민 구호 활동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글은 많은 지원 활동 중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지역 공동체 활동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특히, 포항 지진 발생이후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 모습을 소개하고, 지역 정책으로서 지역 공동체의 역할과 제도적 기반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UN은 '2030 지속가능한 발전 의제(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설정하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발전(No-one left behind)”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균형과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와의 연계”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의 개개인을 연결하는 지역사회 또는 지역민 주도형 경제 체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주체는 지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지역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최근 각부처의 지역 정책 지원 사업은 지역주민 주도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중간 조직’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복지 정책에서 지역 공동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언론에 보도된 일부 단체들의 불법적 활동과 지원은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 지진이 나기 1개월 전 포항문화관광협회의 관광 자문 요청을 받고 SNS 커뮤니티에 참여하였다. 포항의 지역관광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과 소통의 장이지만 멀리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참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항 지진이후 이 공동체의 활동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역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과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항 지진 이후 포항문화관광협회 SNS 커뮤니티는 포항지역의 지진 현황과 현장 피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 정보를 주변 시민에게 알리는 소식을 전달하였다. 또한, 포항 지진 피해 지역의 이재민 구호 활동과 더불어 구호 활동 자원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식음료를 지원하는 활동 소식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추운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의 격려와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의 미안함을 이해하는 소통의 장, 그 자체로 포항의 지역 공동체의 아름다운 커뮤니티로 변화하였다. SNS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은 지역민과 공동체 회원들이 함께하는 격려와 미안함,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사회적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개개인에게 소외되지 않는 정책 추진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은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정책의 당사자인 지역민은 정책 정보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피해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지역 공동체의 제도적 활성화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공동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가는 지역산업생태계의 기본적 조직으로서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 의제를 발굴·참여하는 주체이고, 지역 위기 극복의 정책 지원 대상이며 협력 조직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6월 일본 동해 지진이후 일본 정부는 내각부, 국토교통성, 소방청, 문화청이 참여하는 '재해로부터 문화유산과 지역을 지키는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재해 대책 지침에 행정 기관, 소유자·관리자, 지역주민과 더불어 지역 단체의 역할을 명시하고, NGO와 NPO의 연계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재난재해에 대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강화되고 있으나 이재민과 피해 지역에 대해 지역주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및 단체에 대한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발전의 이해관계를 넘어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조직 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구 소멸과 지방 파산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이 지속가능한 발전 체계를 만들어 가는데 지역 공동체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돌아보고 지역 사회를 이끌어가는 제도적 기반으로 확대해 나가야한다.

지금 포항 지진으로 힘들게 보내는 이재민을 돌보고 지원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을 모든 지역 공동체에 응원을 보내며,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보내드립니다. 포항 지진 피해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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