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 박상훈

가성비(價性比)란 ‘가격 대비 성능’의 (cost-effectiveness)의 줄임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신조어다. 그 사용 분야가 경제를 넘어 일상생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통용되고 있다. 광고회사는 제품광고를 할 때 “가성비 甲”이라는 말을 하며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여기 2만원으로 그 10,000배인 2억 원의 값어치를 지닌 가성비 끝판왕인 물건이 있다. 이 물건은 빨간색에 튼튼하고 둥근 원통형 모양으로 손잡이, 호스 등이 달려있다. 또 다양한 크기와 종류가 있는데 이쯤 되면 누구라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소화기다. 

지난 3월 21일 새벽 5시경 경기 광주시 삼동의 빌라에 거주하는 한 임산부가 3세 된 딸과 단둘이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펑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주변을 살펴보니 심야온돌 패널 안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하는 한편 집에 비치해둔 소화기를 사용해 침착하게 초기진화에 성공한다. 임산부의 침착한 대응과 미리 사둔 소화기가 없었더라면 화재는 확산돼 큰 피해를 야기했을 것이다.

이렇듯 소화기는 평소에는 자리만 차지하고 인테리어에 방해가 되는 불청객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고 사용법을 익혀 둔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훌륭한 기구다.  

화재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진화’다. 화재의 골든타임은 3~5분으로 그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피해가 커진다. 소화기만 잘 활용해도 그 시간을 늦출 수 있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소화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분말소화기다. 분말 형태의 소화 약제를 사용하는 소화기로 일반, 유류, 전기화재에 모두 사용이 가능하며, 햇빛 노출을 피하고 높은 온도와 습기가 있는 곳을 피한다면 10년까지는 거뜬히 사용 가능하다.

최근 소화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 그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정했다. 또한, 제조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소화기는 교체하거나 점검기관으로부터 성능을 확인 받으면 재사용도 가능하다하니 이것이야말로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이제는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는데 2만원의 소화기로 충분하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당신의 집에는 가성비 끝판왕 소화기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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