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시인의 첫 시집 '눈 뜨는 달력', 송수권 문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만나자마자,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부터 건넸더니, 평소 존경하던 고향 어르신의 상을 고향에 내려가서 받으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단다. 김 시인은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문예지 '문학과 경계',  교학사에서도 근무했었다. 김 시인의 주 업무는 국정교과서 등의 교정·교열이다. 오늘 출근한 금성출판사에서는 한자교육진흥원의 급수한자를 교정하고 있단다. 오늘이 마지막 교정이라서 내일부터 12월 3일까지는 푸켓여행도 다녀올 거란다.

김선 시인의 눈은 망원경이며 잠망경이며 현미경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곳까지 꿰뚫어 보는 천리안이며 심미안이다. 그냥 지나쳐도 될 법한 사회 현상과 사물은 물론 모든 우주 만물에 이르기까지 깊은 사랑과 관심으로 작은 것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시인의 방으로 데려와 측은지심으로 동거하는 그들을 어루만지는 김 시인의 눈은 그래서 그런지 늘 촉촉하게 젖어 있다.

김 시인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거친 물결 속에서 뿌리를 잃은 사람들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를 중심으로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달빛처럼 따뜻하고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박몽구(문학평론가) 시인은 “시 정신이 실종된 시대에 모처럼 새롭게 독자를 흡인할 화법을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했고, 맹문재(안양대 교수) 문학평론가도 김 시인의 시 작품을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의 뿌리를 지키고 그들의 철거된 꿈을 되찾으려고 담쟁이처럼 다가가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평했다.

밭일하러 나서는 어머니 / 구 남매 먹여 살리느라 / 허리가 구부러졌다 / 둥글게 휘어져 / 한쪽이 파였다 / 파인 곳에 그늘이 박혀 있다 / 오목하게 쌓인 그늘 / 가난한 부엌 한 모퉁이에 걸려 있다. -김선 '눈 뜨는 달력' 시집 중에서 '국자' 전문

이 시집의 작품 해설을 쓴 김석환(명지대 문창과 명예교수) 시인은 첫 문장에서 “김 시인의 시선은 무척 따스하고 섬세하다”라면서, 김 시인은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게 사는 이들의 삶과 풍경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오랜 습작기를 거치며 절차탁마를 거듭한 끝에 펴낸 이 첫 시집은 향기로운 시의 열매를 풍성히 맺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지난 11월 5일, 전남 고흥 출신으로 서정시의 거목인 송수권 시인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고흥문화회관에서 있었다. 시낭송 경연 후 시문학상 및 시낭송대회 시상식을 진행했다. 제3회 송수권 문학상 본상(상금 3천만원)은 이재무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 남도시인상(상금 1천만원)은 송만철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가 받았다. 김 시인은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출신이다. 뒤늦게 2013년 '시와 문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수상 시집 '눈 뜨는 달력'은 김 선 시인의 첫 시집이며, 당당하게 상금 5백만원도 덤으로 받았다.

눈 뜨는 달력, 푸른사상, 128쪽, 8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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