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순(시인·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2007년에 방영되었다가 10년만인 지난 일요일(2017.11.19)에 재방송(KBS1)된 ‘차마고도(제2부 순례의 길)’는 케이블 TV로도 몇 번 보았고 이번에 또 보았지만 볼 때마다 감동으로 다가온다.

티베트 오지 쓰촨성 더거현의 작은 마을에서 2천 백Km가 넘는 라싸까지 장장 185일을 길에서 먹고 자면서(2006년 12월 20일, 한겨울에 출발) 야크를 치던 평범한 유목민 5명(2명, 60대 노인은 텐트와 먹을 음식을 실은 수레를 끌고 20대 1명, 30대 2명은 3보 1배로 오체투지를 하며)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멀고도 험한 고통으로 가는 길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삶과 주검은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연결되어 윤회한다고 믿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다시 태어날 다음 생을 준비하기 위하여 라싸 포탈라궁(부처님의 가르침이 티베트인을 끌어당기는 살아있는 성소)의 조캉사원(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이자 영혼의 산지)을 찾아가는 순례는 평생의 소원이라고 한다. 살을 에는 칼바람, 변화무쌍한 겨울 날씨의 눈보라에도 가파른 산을 오르고 얼음장 계곡을 넘고, 밤이면 영하 20도의 추위를 텐트 속에서 자고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탈 없기를 기도’하며 오체투지로 길을 걷는다. 물론 가슴과 무릎에는 멍이 들고, 이마에는 혹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손과 발엔 굳은살이 박이는 것은 기본이다.

힘이 들면 들수록 고통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죄가 정화된다고 믿는 그들은 ‘순례의 길’이 고통이라면 처음부터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보다도 더 인간 한계를 극복해가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 종교의 신념이 없었다면 어찌 이런 순례의 길에 나섰겠는가? 6개월 만에 저 멀리 라싸시내가 보이기 시작하고 5일을 더 걸어 마침내 포탈라궁에 도착, 축하해 주는 주민들이 목에 걸어준 하다(하얀 천)를 받고, 조캉사원의 석가모니불을 친견하는 감동은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장엄한 대서사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순례의 길 끝에서 순례자 5명이 받은 것은 훈장도 금메달도 돈도 아니다. 오로지 석가모니불을 친견하고, 그간 지은 죄를 씻었다는 마음의 안정뿐이다.

60대 노인 두 명(부사 66세, 루루 62세)은 고향 더거현으로, 막내 다와(22세)는 동충하초를 캐러 산으로, 라빠(34세)와 저자(28세)는 라마승이 되기 위하여 조캉사원 앞에서 다시 10만 번 절을 하고 떠났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 편안함과 내 행복만을 추구하며 산 나이기에 순례자의 고행길을 보니 부끄러움에 그분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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