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버스나 전철을 타면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빠져 옆에 누가 있는지, 누가 타고 내리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젊은이들이야 게임이나 동영상에 몰두한다지만, 나이가 들어도 스마트폰에 뜨는 게시물에 톡톡~톡 ‘좋아요’를 누르느라 바쁘긴 마찬가지다. 서로가 페친이라서 그래야만 자신이 올린 것을 그 사람도 봐주니 그야말로 상부상조, 서로 돕는 미덕이 극으로 치닫는 중이다. 나부터도 밥 먹고 술 먹는 허접스러운 일상사까지 올린다. 때로는 자랑삼아 올린 타인의 게시물에 질투심까지 생기며 괜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한 대씩은 필수품이 된 모바일 시대에 SNS가 사람들의 일상을 이처럼 뒤바꾸어 놓았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화수단을 넘어 개인적 정보까지 실시간에 공유한다. 물론 잘만 활용하면 세상살이에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는 게시물도 부지기수다. TV는 리모컨만 누르면 장시간 정해진 바대로 돌아가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매 순간 일일이 손이 가는 작업(?)이다.

가방을 늘 메고 다녀서 어깨에 무리가 온 듯싶다. 약국에 들러 ‘요즘 잠을 자고 일어나면 왼쪽 어깨가 뻐근하니 아프다’ 호소했더니, 대뜸 스마트폰 사용부터 자제하라는 뜻밖의 진단이다. 난 게임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더니, 하루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는 것만으로 몇 톤 이상의 물건을 드는 중노동과 맞먹는단다.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잠시라도 손가락 끝을 움직이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끼는 스마트폰 중독 증상, 그냥 ‘좋아요’만 누른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 일이다.

SNS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은 일단은 재밌다. 아무 생각 없어도 머리로 쏙쏙 잘도 들어온다. 평소 알고 지냈건 모르다가 알게 된 사람이건 간에 별의별 얘기를 다 쏟는다. 대부분 내용이 하찮은 가십거리라도 몰입하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흥미로 즐기다 보면 저질 정보에 모르는 새 물들어 자기 생각이 아예 없어지는 멍텅구리로 변한다. 과거에 TV가 ‘바보상자’라고 했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더 심각해서 아예 무뇌아가 되게 한다.

쇳덩이와 전자칩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됐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이 인간의 감성까지도 마치 지진처럼 통째로 흔들어놓는다. 크게 생활에 도움도 안 될 풍문으로 떠도는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썸 타는 얘기에서부터 방 봐가며 똥 싸는 정치꾼들 구린내 나는 신상털기 발언까지 원하지 않아도 인정사정없이 밀고 들어온다. 그렇게 스마트폰에 매달리다 보니 부모·형제는 물론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까먹는다. 옛날처럼 오순도순 정담 나누던 인간적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TV를 보지 않은 지가 벌써 10년도 넘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줄거리쯤은 대충 보았으니 불편할 것도 없었다. 그러던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스마트폰에서 평소와는 다른 긴박한 알림음이 울렸다. 기상청이 보내는 긴급재난문자였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 규모 5.5 지진 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 이어 20분 후 규모만 4.6으로 바뀌어 또 한 번 더 떴다. 세상 참 좋아졌다. 기상청에서 내 전화번호까지 어찌 알아내서 이런 친절까지 베푸는지 모르겠다.

때아닌 지진 바람에 수능까지 연기되었고, 별안간 마음도 날씨도 꽁꽁 얼어붙었다.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연말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왼쪽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프지만, 톡톡~나도 모르게 오른손 검지는 지금도 바쁘게 움직인다. 나도 모르게 별 쓸모도 없을 정보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연신 오른쪽 손가락 끝으로 톡톡, 깨진 유리창 속을 기웃대며 바보처럼 등신처럼 칠푼이 머저리처럼 혼자 킬킬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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