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밖 부부의 산행 이야기 '바람난 산바라기'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관찰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이런 화두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밖에 말할 수밖에는 없다. 연이어 달라붙는 ‘밖’이라는 단어처럼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길이 보이고 또 열릴 수가 있다.

이서연 시인은 남편과 2013년 겨울, 태백산부터 시작해 소백산, 지리산, 무등산, 설악산, 화악산, 오대산, 한라산, 덕유산… 99번째 구명산, 마지막 100번째는 양평 용문산(1,157m)을 완등하고 산행을 마무리했단다. 용문사에서 산신령께 감사하는 제물을 차리고 큰절을 올리니, 처음 만난 등산객들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막걸리 한 잔씩 거들면서 축하해주었고, 이 시인도 당연히 산신각에 제물을 올리고 100대 명산 완등을 자축하며 회향불공을 올렸다.

산은 오를 때마다 그 모습이 다르다. 허투루 제 모습을 다 드러내는 법이 없으므로 언제나 신비함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산에서 무엇인가 털어내고 비워내고 내려놓는 연습과 수행’을 반복하지만, 산은 한 번도 거부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다 받아준다, 산은 끝없는 사랑으로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속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자비롭게 좋은 기운을 주고 노독을 풀어주는 열린 도량이다.

산은 ‘우주가 주는 기운과 메시지를 언제나 간직하고 있다. 산행은 산이 거기에 있어 가는 게 아니라, 나를 짊어지고 거기로 가는 고행길이며, 깨우침의 도정이다. 산에서 만나는 존재들은 어느 것 하나 의미가 없는 게 없다. 산에 가면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임도 드러난다. 산은 인생이다. 그 길에 건 것 또한 운명이다.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것처럼, 산은 말없이 삶의 이치를 깨우치게 한다.

'바람난 산바라기'는 시중 다른 산행기와 TV에서 보았던 다큐멘터리와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가끔은 남편을 혼자 보내기도 했지만, 남편과 함께했던 산 이야기에서는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철학적 깊이가 느껴진다. 많은 독서량과 영화, 음악은 물론 사찰의 일상과 인디언들의 풍습 등에서 얻은 정보도 감칠맛을 더해주고, 해박한 불교 지식과 유학, 철학 등을 통한 적절한 인용구, 다양한 지문은 구구절절 감동의 물결로 출렁인다.

이 책의 저자 이서연 시인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다가 영국 노팅엄(Nottingham)에서 어학 공부도 마쳤다. 또한 수년간 불교계 언론사와 설법연구원에서도 근무했으며,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글을 발표하면서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중이다. 일붕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도 받았으며, 저서로는 태교 일기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와 시조집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 등 다수가 있다.

 

『바람난 산바라기』, 도서출판 글도, 306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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