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해마다 이상하게도 수능 날에는 한파가 몰아쳤다. 오죽하면 추운 날만 골라 시험 날짜를 잡는다는 볼멘소리도 누차 들었던 터다. 더워도 떨린 판에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들은 긴장과 두려움에 더 떨게 마련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후 목요일로 다가섰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점수가 나올 때까지는 긴장을 풀지 못한다. 그간 공부했던 성적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어찌 됐든지 좋은 점수가 나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어떤 시험이라도 누구나 긴장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다못해 운전면허 시험장에만 가도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던가.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할 때도 시험을 치렀다. 문제라고 해야 아이큐 테스트하는 정도인데도 낙방하는 친구들이 꽤 나왔다. 물론 돈푼깨나 있는 집안에서는 기부금을 내는 보결로 밀어 넣긴 했지만, 시험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에는 유선방송을 듣기 위해 라디오가 있는 집으로 가 모인다. 손바닥에 자신의 번호를 적어 벽에 걸린 까만 스피커 망을 통해 호명하는 목소리에 귀를 바짝 세운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장 집과 우리 집에만 라디오가 있어서 동네 아이들이 대청에 빽빽하게 모였다. “칠십오 번, 칠십칠 번, 칠십팔 번~~” 이렇게 부를 때 칠십육 번처럼 번호가 빠지면 낙방이다.

시험에는 점수가 매겨진다. 만점짜리가 나오는가 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점수도 허다하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예비고사(1969학년도~1981학년도)를 봤다. 그 이후 1982학년도~1993학년도까지는 학력고사, 수능이라 부르는 오늘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부터 시작됐다. 1999년에는 오승은이 만점을 받았고 수능 노트로 유명세를 치렀다. 2000년에는 박혜진, 2001년에는 수능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고, 2012년 30명, 2013년 6명, 2014년 33명, 2015년 29명에 이어 작년에도 만점자는 16명이었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앓는 병이 있다. 이른바 중2병(中二病)은 자기밖에 모르지만, 자기도 없고 자신도 없는 고3병(高三病)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은 ‘난 남들과 달라’, ‘난 남보다 훨씬 우월해’하며 ‘허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고3이 되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게 된다. 비단 고3뿐만 아니라 내신성적에 쫓기는 고1·2와 졸업을 앞둔 대학 3, 4학년 그리고 졸업은 했으나 취업이 안 된 취준생들의 증상도 고3병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중2병보다 더 심각한 게 고3병이다. 고3 앞에서는 부모라도 조심조심 말을 가려 해야 한다. 험한 말이 튀어나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 수능이 코앞이지만, 수능이 끝난 후라도 조심은 마찬가지다. 몇 자 쓰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끝마무리하라고 화면이 넘어간다. 중학교 3학년생 셋이서 사우나를 갔다. 때마침 스님도 오랜만에 하산하여 탕 안에서 묵은 때를 불리며 한참 염불에 열중하는데 세 놈의 장난이 도를 지나치는지라 참다못한 스님이 젊잖게 꾸짖는데,

“어허! 보아하니 세상 이치를 알만한 나이가 됐거늘 어찌 이리 소란스러운고!”

중3짜리 세 놈이 가만히 보니 똑같은 빡빡머리인지라,

“넌 뭐야?” 하며 대들었겠다. 스님 왈

“나 중이(중2)다.” 하니, 중3짜리가 느닷없이

“야! 인마! 난 중삼(중3)이야.” 하며 바가지로 내리쳤다는 그런 얘기~ 끝.

추신 : 수험생! 학부모님! 모두에게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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