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중구 일대는 열강들이 각축을 벌였던 대표적인 근대 역사문화 공간이다. 1883년 제물포가 강제로 열리면서 이곳에는 일본,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가 조성됐고, 서구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중구청 주변 거리에는 개항 때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다양한 양식으로 지어진 은행, 교회, 상점 등이 들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개항누리길 초입에는 오래된 창고 같은 건물이 있다. 개항 후 인천항의 물류운송 업무가 증가하자 갯벌을 매립해 세운 창고들로 지난 2009년 지역 예술인 창작 활동 무대인 ‘인천 아트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옛 창고를 정비하고, 이곳과 어울리는 건물을 새로 지어 현대적으로 꾸민 이색적인 문화 공간이다.

인천 아트 플랫폼 뒤편으로는 은행 고유 업무 이외에 국내에서 생산된 금괴와 사금의 매입 업무를 대행했던 일본제1은행이 자리한다. 현재 이곳은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내부에는 인천의 근대 문물, 한국 철도사, 개항기 인천의 풍경, 인천 전환국과 금융기관 등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수입한 영국산 면직물을 재수입해 큰 이윤을 남겼던 일본18은행 인천지점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개항 당시 인천항의 풍경을 비롯해 인근의 근대 건축물의 모형과 사진 자료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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