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계수가 약초를 씻고 흘러내리는 신령약수에 목욕을 하다니~

금강산의 절경을 반영한 전설에는 먼 옛날 어떤 왕이 하루 동안 놀려고 왔다가 경치가 하도 좋아 사흘 동안 놀고 갔다는 삼일포전등 특색있는 전설도 많다. 그중에서도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앉아있는 사람모양의 '옥황상제바위, 임금의 상징인 관을 벗고 앉아있는 모습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늘나라의 옥황상제도 소문만 들은 금강산구경을 하려고 마음 먹고 속세로 내려왔다. 그는 비로봉에 와서 내외금강을 굽어보고 다시 장군봉을 비롯하여 일출봉, 월출봉, 차일봉, 영랑봉, 옥녀봉, 채하봉 등 금강산 1만2천봉을 차례로 보고 나서 세존봉 구룡연가에 왔다.

계곡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어찌도 맑고 시원해 보이던지 옥황상제는 관을 벗어 바위에 올려놓은 다음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소에 뛰여들었다.

이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이 나타나 금강산의 벽계수가 천만종의 약초를 씻고 흘러내리는 신령약수여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데 여기서 목욕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하고 질책하며 관을 들고 가버렸다.

금강신의 엄한 꾸중을 듣고 담소에서 나와 옷을 입고 보니 관이 없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게 됐다. 그래 그는 맨머리로 한숨을 푹 쉬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예의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말해주더니 끝내 관을 벗은 옥황상제로 굳어졌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전설들은 이 밖에도 한늬 우물 안에서만 살다가 금강산구경을 떠났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바위로 굳어졌다는 구룡연계곡의 '개구리바위'전설, 문주담 맑은 물 속에 깔린 조약돌들을 도토리로 잘못 보고 뛰어내리다가 절벽중턱에 걸려 돌로 굳어졌다는 중관음봉의 '곰바위'전설, 용궁의 거북이가 금강산구경을 하다가 돌아가려고 본래 나왔던 구멍으로 대가리를 틀어박았으나 그새 뚱뚱해진 몸뚱이 때문에 못들어갔다는 만폭동 구담의 '거북바위'전설, 만물상에서 살던 범이 금강산경치에 감탄하여 훌륭한 시를 읊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에 감동돼 쭈그리고 앉았다는 문주봉 중턱의 '범바위'전설, 세 아이가 촛불을 켜놓고 밤낮으로 글 읽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에 차서 지켜보던 망아지와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자기 새끼를 재촉하며 앞서 달아났다는 '동자바위', '초대바위', '어미말바위', 망아지바위'전설, 경상도 범어사 고상준이란 노장중이 평생소원이던 금강산구경을 왔다가 하관음봉 중턱에 앉아 바위로 굳어졌다는 '노장바위'전설 등이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전설에는 또한 수려한 계곡에서 퐁퐁 솟구치는 샘물이나 약수, 치료에 효과적인 감탕 등이 알려지게 된 사연을 전하는 전설도 있다. 내금강의 백운대에 가보면 그 아래에 '만병통치'로 소문난 금강약수가 있다. 

얼음같이 차고 향기로운 이 약수는 옛날에 백운학이라는 사람이 속탈로 하도 고생하다가 약수를 찾아 떠났는데 백운대 부근에서 날개가 부러졌던 백학이 기운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발견하였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만물상 안심대에서 망양대로 가는 바위에서 솟아나오는 망장천에도 이 골 안에 살던 쇠바위와 옥분이라는 늙은 부부가 약초를 캐다가 이 샘물을 마시고 한참 잤더니 굽었던 허리가 쭉 펴져 그만 지팽이를 잊어버리고 돌아왔다는 전설이 담겨져 있다.

'몽천암'전설은 삼일포에 절을 지으려던 노승이 물이 없어 걱정하다가 백발노인이 나타나 어느 바위 밑을 파보면 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하여 파보니 정말로 샘이 터져나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건강치료에 특효인 시중호 감탕이 알려지게 된 전설도 매우 흥미있다. 옛날 시중호 근방의 어느 마을에 정갑이라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나무를 해다 팔며 근근히 연명해가고 있었다. 그가 나무를 해가지고 내려올 때면 시중호못가에서 지게를 내려놓고 한숨 쉬고 가곤 하였는데 하루는 큰 게 한마리와 왜가리가 싸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미게가 힘이 진하여 끌려가려는 찰나에 새끼게들에 대한 동정에 북받친 정갑이가 게를 구원해준다. 그 후 정갑은 뼈마디가 쑤시고 팔다리가 저려 오는 병이 생겼으나 집안형편이 딱해 계속 나무해다 팔다가 하루는 그만 못가에서 정신잃고 쓰러진다. 

한참만에 아픔이 멎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숱한 게들이 그의 몸에 감탕칠을 해주어 그의 은혜에 갚음하였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신경통에 특효인 시중호 감탕의 신기한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해금강 금란굴의 불로초는 옛날 보로국왕이 외동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해동국의 신산-금강산의 불로초를 얻으려고 해적떼를 보냈다가 실패하였다는 전설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 때 불로초를 캐려고 해적들이 굴입구로 다가가 사다리를 놓고 금방 따려는 순간에 천지가 시꺼멓게 흐리더니 소낙비가 쏟아지고 사나운 태풍이 몰아쳐 도적무리들을 말끔히 쓸어버렸는데 지금 금란굴입구 바다 밑에 엎어져있는 배모양의 바위가 그때 침몰된 도적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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