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통합적 재난대응 조직을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번 사고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혼선과 잡음의 심각성으로 볼 때 기존 안전행정부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임시적 범부처사고대책본부 차원으로는 효율적인 조치가 어렵다는 판단인 것같다. 이에따라 정부는 국가안전처(가칭)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조직법 개정방향을 지켜봐야하겠지만 현재로선 국가안전처는 소방방재청과 안행부내 안전 및 재해 관련 조직을 통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들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국가 사회적 안전확보에 신경을 썼지만 결국 재난 예방은 물론 사후대책에도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는 뼈아픈 자성의 결과물이 국가안전처인 셈이다.'

물론 중구난방식 재해대응보다는 일원화된 효율적인 조직이 강점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재 안행부의 안전관련 기능이 검증된 현장능력을 갖춘 전문인력보다는 행정관료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고,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안행부와 소방방재청이 나눠맡고 있어 재난대응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재난에 대한 종합대책으로 새로운 정부조직을 꺼내들고 나선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 것일까. 이번 참사 발생 배경과 구조작업의 혼선 등이 단순히 재난대응조직의 미비 때문일까. 누누이 지적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국무회의석상에서도 거론됐듯이 관료조직과 민간업계간 그물망처럼 형성된 비정상적인 공생 내지 유착관계, 무사안일과 적당주의 등 사회적 적폐의 총합이 세월호 사고로 나타났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기존 재난대응기구를 통합한 국가안전처는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해도 제2, 제3의 세월호를 막을 최선의 정답은 아닌 것이다. 사후대응의 한계 때문이다. 재해예방의 중요성에 방점이 찍히고,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우리 사회시스템과 관행에 뼈아픈 자책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비정상적이고 비틀린 사회구조를 뿌리째 바꿔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그나마 압축성장의 허상을 돌아보고 바로잡을 유일한 기회를 주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관행과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일이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전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 수도 있다. 관료조직이 으레 꺼내드는 탁상공론식 중앙대책기구가 아니라 수없이 존재하는 일상의 현장 하나하나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예방책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한 현장확인 주의다. 대충 문서화해놓고 먼지를 쓴 채 꽂혀있는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실제 현장확인 절차로 되살려내는 것이다. 점검항목에 건성건성 체크하고 서류함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규정대로 항목마다 일일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정착시키자는 얘기다. 그리고 그 체크리스트의 표기 하나하나에 담긴 책임을 하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휘계통의 상급자가 목을 걸고 민형사상 최종책임을 지도록 하는 엄격한 시스템을 관행으로 굳혀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거악은 뒤로 숨고 조직의 말단이 포승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이는 어이없는 책임배분의 전도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만 조직전체가, 구성원 하나하나가 효율적인 재난예방 의식과 행동절차를 숙지하고 아수라장의 사고현장에서도 일사불란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관련 조직은 철저하게 현장중심, 실행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제1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볼펜 끝으로 만든 그럴 듯한 보고서, 건성으로 체크한 리스트는 생명을 위태롭게하는 범죄행위라는 각인이 사회에 깊이 새겨져야 한다. 지금처럼 현장과는 거리가 먼 책상물림들의 나태한 탁상행정으로는 무너지는 백화점, 강물로 떨어지는 다리, 뒤집혀 가라앉는 여객선을 눈앞에서 봐야하는 아수라장의 사고현장을 막을 수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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