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뒤 분양하는 제도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공공부문 주택의 후분양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민간부문에도 확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10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감에서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의원 질의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하는 공공부문 건설에서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을 추진하고, 민간부문에서도 이를 유도할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분양시장 건전화를 위해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시민단체나 정치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로드맵을 마련했다가 무산된 후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7년 도입된 현재의 선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공급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자재 바꿔치기, 분양권 투기, 부실시공 등의 부작용도 컸다. 후분양제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며, 소비자에게도 득실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Q. 후분양제란

A. 아파트 등의 주택을 지을 때 건설 공정이 전체의 80% 이상 진행된 뒤 분양하는 제도다. 실물을 직접 확인한 뒤 구매하며, 계약 후 비교적 단기간에 입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Q. 현재 시행 중인 분양제도

A.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건설사가 대지 소유권 확보나 분양보증 등의 조건만 갖추면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아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즉, 선분양제와 후분양제가 모두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는 선분양제를 택한다. 소비자들이 견본주택을 보고 2~3년 후 완공될 주택을 구매하면, 이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

A. 건설 도중 건설사의 부도, 분양권 투기 및 불법 전매 등을 막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줄줄이 내놨음에도 전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량은 줄지 않았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분양권 전매량은 11만8천 건으로, 지난해 동기(10만7천 건)보다 10% 이상 늘었다.

Q. 잇따르는 부실시공 문제도 후분양제로 해결할 수 있나

A.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건설사의 부실시공과 이로 이한 각종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뒤 후분양제 도입 여론이 높아졌다. 1960년대 초 서울 마포에서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가 선을 보인 후 60여 년이 넘었지만, 신축 아파트의 하자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하자보수 분쟁신고 건수는 지난해 3천880건으로 6년 만에 56배 늘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아파트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Q. 후분양제에 대한 건설사들의 생각

A. 자금 동원력이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분양사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 금융 대출도 브랜드 파워나 자금력, 신용도가 높은 대형 업체에 유리하므로 업체 간에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Q. 주택 소비자들의 득실 여부

A. 건설사가 금융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 완공 때까지 공사비의 물가상승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선분양에 비해 분양가가 올라간다. 업계에선 후분양제 도입 시 3.3㎡당 300만~500만 원의 분양가 인상을 예상한다. 84㎡ 규모의 아파트라면 선분양 때보다 1억 원가량 비싸진다. 그러나 수억~수십억 원의 집값을 고려할 때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권리가 향상된다.

Q. 전문가 조언

A. 일괄적인 시행보다 단계별 도입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금난으로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줄이면 집값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마련하거나 공정 별로 분양해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뜻이다.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해 시장 상황을 살펴보며 연착륙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예상되는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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