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조약 따라 45일간 구금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30대가 우리 당국의 요청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구속됨에 따라 국내 송환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스쇼어 지방법원은 1일(현지시간) 우리 수사당국의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받아들여 피의자 김모(3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기간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45일간이다.

긴급인도구속 청구란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범죄인 인도 심사 전까지 사건 피의자를 구금해 줄 것을 해당 국가의 사법당국에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 검찰과 경찰은 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김씨가 도피 엿새 만인 지난달 29일 현지 경찰에 체포되자 곧바로 이런 절차를 밟았다.

김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이유가 2015년 경미한 절도 범죄를 저지른 데 따른 것이어서 바로 석방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노스쇼어 지법이 우리 측 요청을 받아들여 김씨를 구속하자, 김씨의 석방을 우려했던 당국은 국내 송환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뉴질랜드는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범죄인에 대한 인도를 요청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조약 진행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으나 법무부는 구금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 15일께, 즉 45일 이내에 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김씨의 국내 송환은 당초 예상보다 별 탈 없이 이뤄질 수도 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한국에서 송환 요청을 해온다면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실제 송환 요청에 응한다면 세월호 실소유주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녀 유섬나씨의 사례처럼 소를 제기해 송환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보석 신청으로 시간을 끌거나 자유의 몸이 돼 잠적하게 될지도 모르는 변수도 사라지게 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우리 수사기관에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김씨는 뉴질랜드 도피 당시 아내 정모(32)씨와 두 딸(7개월·2세)을 데리고 갔다.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정씨의 경우 소재는 파악됐으나,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정씨는 김씨와 달리 영주권자가 아니어서 국내 송환이 더 손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검경은 정씨가 자진해서 입국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김씨의 경우처럼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 수사기관이 피의자 체포 소식을 접한 뒤 신속하게 움직였고, 뉴질랜드 사법당국도 곧바로 자료를 검토했다"며 "앞으로 45일 이내에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5시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어머니 A(55)씨와 이부(異父)동생 B(14)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께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계부 D(5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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