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부담 가중, 부동산 시장 급랭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함에 따라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지 우려된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최근 대출금리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겨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택을 사기 위해 진 빚이다. 채무자가 불어난 이자에 빚을 갚기 어려워 주택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럽게 가라앉을 수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에서 기준이 되는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가 1.52%로, 최근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은 이에 따라 줄줄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올려 대출금리의 상단이 5%에 육박하게 됐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1%포인트(p) 오르면 대출금리는 최대 3%p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이 통상 0.25%p 단위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므로 실제 대출금리는 0.5%p∼0.75%p 오를 수가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특히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등이 타격을 입어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통계와 분석이 이들의 불안정한 현실을 전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대출금리가 0.5%p만 올라도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가 4조7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고위험 가구는 원리금의 상환부담이 크고 자산을 팔아 부채를 상환할 능력도 취약한 가구를 가리킨다.

금융감독원이 나이스신용평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영업자 대출은 모두 521조원으로, 이중 32조원이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저신용 자영업자에게 대출됐다. 저신용자는 부실위험이 큰 이들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최근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NICE)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채무자는 118만명으로 추정됐다.

DSR가 100%가 넘으면 소득을 모두 아껴서 빚 갚는 데 쓴다고 해도 연간 원리금을 충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24일 발표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한계 차주(借主)' 지원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계 차주 지원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 중점적인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부실은 부동산 시장으로 옮아갈 수 있다.

정 의장실이 NICE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부채 1천439조 중 65%가량인 938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집을 살 때 진 빚이다. 가계부채가 터지면 부동산 시장도 같이 꺼질 수 있는 구조다. 역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대출이 문제가 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서로의 위기를 증폭시켜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결국,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서서히 대출을 줄여나가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8·2 대책은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려 했다면 이번 대책은 대출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내년부터 차주의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산정할 때 분자의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대출의 원금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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