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지푸라기를 썰어 개울에 띄우니 공지어로 변해

퇴계 이황이 지금의 춘천시 퇴계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루는 강아지가 집으로 들어오더니 글을 가르치고 있는 마루의 밑에 쭈그리고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를 쫑끗 세우고는 퇴계의 가르침을 경청하였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강아지는 가지 않았다.
 
퇴계는 그런 강아지가 기특하여 끼니때마다 자기 밥의 반을 덜어서 강아지에게 주었다. 반찬도 반을 덜어서 강아지에게 주었다. 이렇게 하기를 삼 년, 강아지는 배울 것을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지, 사라져 버리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에 웬 초립동이가 퇴계를 찾아왔다. 그는 전복을 입고 초립을 쓰고 있었다. 초립동이는 퇴계에게 큰절을 하고 나서 공손하게 말하였다.

"저는 용왕의 아들입니다. 아버님께서 선생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이렇게 선생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용왕께서 어째서 나를 부르시는고 ? ""제가 용궁에서 학업을 게을리 하고 아버님 말씀을 잘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께서 진노하시어 저에게 개탈을 씌워 주시며 춘천 퇴계 선생님댁 마루 밑에 가서 삼년을 엎드려 있다가 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저는 삼 년 동안 마루 밑에 있으면서 선생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거기다가 선생님께서 끼니때마다 제게 밥을 주시어 황공할 뿐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이런 사정을 아시고 감지덕지하시어 선생님을 용궁으로 모셔오라고 하신 것이지요."

"그렇지만 세속 사람이 용궁에 어찌 갈 수 있는고?" "저를 따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퇴계는 초립동이를 따라나섰다. 물가에 이르러 초립동이가 주문을 외자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길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선녀들과 초립동이의 안내를 받으며 퇴계는 며칠을 잘 지냈다. 용궁에서 나오는 날 용왕은 퇴계에게 짚 한 오라기를 주며 말하였다.

"이것을 조금씩 잘라서 반찬으로 드십시오."초립동이와 선녀들이 퇴계를 세상으로 안내해 나왔다. 작별하면서 초립동이가 퇴계에게 말하였다.

"아버님께서 주신 것, 꼬리부터 자르지 마시고 머리부터 잘라 드십시오." 집에 돌아와 퇴계는 지푸라기를 조금 잘라 지져 보았다. 자를 적에는 지푸라기인데 지져 놓고 보니 고기였다. 그것은 용궁에서 먹던 진미의 고기였다.

오래오래 두고 먹다보니 지푸라기 끝이 조금만 남게 되었다. 퇴계는 그것을 개울에 넣었다. 그랬더니 그것이 수많은 고기가 되었다. 그 후로는 개울에 손을 넣기만 하면 고기가 한 마리씩 잡히었다. 맛이 일품인 그 고기가 바로 공지어라는 것인데 그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고 일러온다.

다른 각편의 전설에서는 퇴계가 공자로 바뀌어 등장한다. 옛날에 무린개에 공자의 외척이 살고 있었다. 공자가 춘천에 다니러 왔다. 공자를 위해서 음식을 차려내었는데 상에 고기가 없었다. 공자가 고기를 청하니 외척들이 곰짓내에는 고기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공자가 지푸라기를 썰어 개울에 띄워 주문을 외니 지푸라기가 모두 공지어가 되었다.

한편  옛날 우양리에 우씨도 양씨도 아닌 착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양리 마을은 우씨와 양씨가 대성을 이루고 살면서 마을에 작은 일 큰 일 할 것 없이 두 씨족끼리 아귀다툼을 하고 살았다. 

우씨네가 찬성하면 양씨네가 반대하고 반대로 양씨가 찬성을 하고 나서면 이번에는 우씨네가 절대 반대하고 나서니 무슨 일을 하나 우씨네와 양씨네는 사사건건 대립을 하고 사소한 일에도 서로 편을 갈라서 흉을 보고 시비를 걸어대서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다시피 싸움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우양리 마을의 한 우씨노인이 고산 밑 눈늪에서 큰 잉어 한 마리를 잡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지각에다 잡은 잉어를 걸으니 처마에 땅을 닿을 만큼 컸다.

이 잉어는 눈늪 연못에서 제일 큰 고기로서 마을사람들은 단 하나 밖에 없는 이 잉어가 그 못에 살고 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씨노인이 큰 잉어를 잡았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지자 우씨와 양씨는 삼삼오오 떼를 지어서 우씨노인집에 찾아와 시비를 걸었다.
 
양씨들은 이 잉어는 자기들이 먼저 그 연못속에 이 잉어가 있었다는 것을 맡아 놓은 것을 우씨측이 잡아버렸다고 시비를 걸어 왔고 우씨측은 주인 없는 큰 연못에 있던 고기를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지 무슨 잔소리냐고 맞서고 나섰다.

마음씨 착한 노인이 이 집에 당도해 보니 이 싸움은 좀처럼 그치지 않겠기에 이들의 잉어 소유 시비를 가리기 앞서 두 씨족간의 화해를 종용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때 기둥에 매달려 있던 큰 잉어는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우가야 양가야" "우가야 양가야"하고 거듭 소리를 질러 댔다.
 
노인은 잉어의 말을 듣고 심상치 않다고 생각이 들어 우씨노인에게 연못에 도루 갖다 살릴 것을 얘기했으나 우씨 노인은 이노인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마음씨 착한 노인이 초저녁 선잠에서 꿈을 꾸니 백발의 하얀 노인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이 큰 잉어 탓으로 용왕이 노해서 필경 내일은 이 우양리가 물나라로 변할것이니 내일 새벽 아침 가족을 데리고 다른곳으로 옮겨라" 하고는 사라졌다.
 
꿈에서 깬 노인은 하도 생시처럼 생생하여 이상스러히 여기고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으나 아무도 노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노인은 홀로 가족들을 일깨워 가재도구를 강건너 마을 옥산포 쪽에 서둘러 옮기고 피난을 갔다.
 
그날 낮까지 청청하게 개였던 하늘에 먹구름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은 새까만 비구름이 덮이면서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 부었다. 그리고는 삽시간에 강물이 바다처럼 불어나서 우양리 마을을 덮쳐 버리고 고산(孤山)과 금산리를 잇는 뒷 둔덕산이 무너지면서 고산밑의 눈늪을 휩쓸고 내려가 새로이 고산밑에서 덕두원까지 강길이 열렸다고 한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