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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과 신거무신거무는 남자로서의 묵직한 장의를 용감하게 실천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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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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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남면에 신가래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에는 신거무장이라는 장터의 흔적이 있다.

지금의 장터는 이전하여 광주 광산구 비아면에 비아장이 되었는데 여기 신거무장이 하나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장은 오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흥청거리지만 오전 12시만 되어도 모든 사람들이 가버리고 빈 장터만이 쓸쓸히 있을 뿐이다.
이 장터는 불태산과 인연이 깊다고 한다. 

불태산은 하청사라는 절이 있어서 불태산이라고도 하고 베틀에 달린 보디 모양으로 생겼기에 보두산이라고도 부른다. 보디 물린 양쪽 끝의 위로는 8정승이 태어났다는 담양이 자리잡고 있으며 아래로는 이조판서 서수헌공을 태어나게 한 진원고을이 아담하게 들어앉아 있다.

이 불태산에 진원현 고산리 동네 머리에서 살던 어느 노부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성을 드렸다. 100일 치성 후에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는데 이 경사를 즐거워하는 부모와 더불어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눈이 흐렸는가 아니면 귀신에 홀렸는가? 눈을 비비고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한 번 보았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자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는 사람다운 아기가 아니라 괴물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사람 형태지만 위에는 독기 서린 거무(거미) 모양이니 입을 벌린 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거무 같은 이가 바로 전설의 주인공인 신거무이다.

비상하고 괴상한 신거무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힘이 세어 장수라는 별칭을 받았으며, 또한 아이들은 신거무와 놀지도 않았으니 신거무는 외톨박이가 됨에 그는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난폭해 지기 시작했다.

젊은 청년이 되어서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행패가 심해졌다. 두 사람만 모이면 이야기하는 게 그에 대한 것이었지만, 막상 그의 그림자만 보아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과도 같이 생각하는 그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소름끼치는 일은 현감이 부임해 오기만 하면 그 날 저녁에 죽여 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감히 현감으로 내려올 사람이 없었다. 신거무가 그렇게 무서운 악마와 같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지게 되었다.

중종때 낙향해 있던 송정승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진원현에 신거무라는 괴물이 있어 백성들의 피해가 많다하니 저를 진원현감으로 보내 주십시오″하고 말했다. 그때 정승의 아들이면 과거를 치르지 않더라도 현감 정도는 자연히 할 수 있었다. ″필시 가면 신거무한테 죽을 것인데 너는 우리 집 가문을 이을 독자가 아니냐? 안된다.″하고 완강히 반대하니 아들이 말하기를 ″젊은이로서 자기의 일만 생각해 가지고 대의를 희생시켜서야 되겠습니까? 아버님...″하고 말하니 이제까지 아들에게 대의를 가르쳐 온 그인지라 아무말도 못하고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그 일이 있는지 며칠 후 정승의 아들은 현감이 되어 부임해 갔다. 죽은 아들이다 단념하고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신거무도 죽고 현감도 죽었다네″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승은 그 날 오전에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벗과 더불어 대청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데 상여 놀리는 소리가 나더니 벌써 대문 앞에 와 서있었다. 그래도 정승은 침착하게 바둑만 뚝 뚝 두고 있었다. 그러나 부인은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통곡을 했다.

"아 당신은 아들이 죽어서 왔는데도 바둑만 두고 앉았소" 울음 섞인 말로 울먹인다. 정승은 허허 비명에 가까운 웃음을 짓고 난 뒤

″여보 부인 그만 눈물 닦고 장롱에서 명주 베를 좀 가져다주구려″하니 부인이 가져다주었다. 그때는 이미 상여가 마당에까지 들어와 있었다. 가져온 명주 베에 정승이 침을 뱉으니 핏덩이가 붉게 적셨다. 그런 뒤 정승이 부인더러

″당신도 여기다 뱉어 보구려″해서 부인이 침을 뱉으니 가래침도 안 나왔다. 이러는 동안 상여 소리가 크게 나자 정승은 머슴더러 회초리를 가져오라 하여 상여를 내려놓고 관을 내놓으라고 명한 뒤 내놓은 관 머리를 회초리로 때리면서 ″너 왜 애비의 말을 거역하고 훌륭한 신거무를 함부로 죽였느냐?″고 호통을 치면서 마구 관 머리를 때렸다.

정승의 눈에 신거무가 시퍼런 칼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광경을 본 신거무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정승에게 절을 하고 ″덕 높은 정승을 뵈어서 아주 기쁘다″면서 ″오늘 마음먹고 오기는 대감댁 식구를 몰살하려고 왔는데 정숙한 태도를 보고 이대로 돌아가겠노라″하고 돌아가 버렸다.

정승은 아들의 장사를 치르고 그날 밤잠을 자니 꿈에 신거무의 혼령이 나타나서 ″나의 소원이 하나 있으니 들어주시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신가래라는 마을에 장과 다리를 만들어 달라″ 하고 훌훌히 가 버렸다. 꿈을 깬 다음날 나라에 곧 알려 그 소원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언제나 장날이면 늦게 돌아가는 사람을 죽여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에 나왔다가 일찍 돌아가는데 지금도 사람이 모였다가 갑자기 흩어지는 것을 가리켜 신거무장 파하듯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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