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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애바위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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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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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오백여년 전 장성땅 목란마을 갈재고개 아래에 주막집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 주막에서 묵어 갔다.그런데 어느 날 밤이었다. 주막의 여주인 안씨 부인이 꿈을 꾸었다.

갑자기 갈애바위를 오색이 영롱한 구름이 에워싸더니 갈애바위 틈에서 어여쁜 여인 하나가 나오는 것이었다."아이쿠 이럴 수가.... 그런데 왠 일일까. 처녀가 내게로 다가오니..." 안씨 부인은 놀라서 어리둥절했다.  바위에서 나온 처녀는 괴이하게도 점점 안씨부인 앞으로 다가왔다.

안씨부인 앞에 다다른 처녀는 넙죽 절을 했다.

안씨부인이 그녀를 살펴보니 나이는 열칠팔세쯤 되어 보이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아름답기 그지없는 소녀였다. 그러나 어쩐지 슬픈 모습이었다.
안씨부인이 놀라자 처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부인 저를 거두어 주시와요"
"무슨 말이냐? 나보고 처녀를 거두어 달라고?" "놀라지 마시와요. 저는 갈애바위의 정기를 받고 부인의 몸을 빌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사옵니다."

꿈에서 깨어난 안씨부인은 꿈이 하도 이상하여 남편에게 꿈 얘기를 했다."허허, 혈육이 없어서 섭섭해했더니 이제 신령께서 우리에게 자식을 점지해 주시려나 보구려. 임자의 꿈은 태몽이 분명하오" "태몽이라면 오죽이나 좋겠어요."

그날 밤 안씨부부는 아기를 갖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동침을 했다 그러자 안씨부인은 곧 태기가 있었고, 열달 후에는 딸을 낳았다. 꿈에 본 처녀와 똑 같은 아기였다.안씨부부는 비록 아들은 아니었지만 매우 좋아했다.

"꿈에 본 처녀는 슬픈 빛이 있었는데 우리 아기는 초롱초롱하군요" 안씨부부는 아기의 이름을 갈애라고 지었다.
"여보, 아기가 자기의 이름을 지어준 것을 아는 모양이구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흔들어대니..." "글세 말이에요. 호호호..."

안씨부부는 갈애아기를 들여다보면서 마냥 기뻐했다.갈애는 커갈수록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웠고, 시문과 가무에도 뛰어났다.
그리하여 주막에 들른 선비들은 갈애의 미모에 혹하여 할 일 없이 며칠씩 묵어가기 일쑤였다 "소문대로 고것 참 귀엽구나. 허허..."
"호호호... 황송한 말씀을..." "아니다. 눈에 집어넣는다 해도 아프지 않겠다. 자, 어서 술을 따라라."
"예, 허나 너무 드시오면 해롭사옵니다" "갈애야, 네 모습처럼 술맛도 마실수록 입에 착착 붙는데 아니 마실 수가 있겠느냐."  "하오나 벌써 사흘이 되었사온데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시지 않으시면 어찌 하시렵니까?"

"허허, 나는 과거보다 갈애를 얻는 것이 소원이다. 애야 오늘밤에 내 침방에 들려무나." 갈애의 미색에 반해 버린 선비는 과거도 포기하고 갈애와 더불어 술상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선비는 마침내 갈애에게 동침을 요구했다. 이에 갈애는 얼굴을 붉히며,"선비님,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 무슨 말씀이와요."하고 은근히 힐책을 했다. 그러자 옆에 둘러앉았던 사나이들이 발끈 화를 냈다.

"여보게, 갈애가 자네의 독점물인가" "그렇다네. 난 어떻게 해서든지 갈애를 내 아내로 삼을 터이네."
"뭣이라고? 그건 안될 말이야""갈애야 너는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지? 그렇지?""호호호... 그만들 두세요. 이러다간 큰 싸움 나겠사옵니다." 이렇듯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선비들은 갈애를 사이에 두고 사랑싸움을 일삼았다.

하루는 서울궁궐에 전라도 관찰사가 올린 서찰이 도착했다.임금은 선전관을 불러들여서 그 서찰을 읽어보게 했다.

"전하, 전라도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려고 한양을 올라오는 도중에 목란마을을 지나다가 그곳 주막집 딸인 갈애라는 처녀에게 반해서 과거를 보지 않고 허송세월을 하는 자가 많사와 그 피해가 막심하다 하옵니다"

"뮛이라고? 그런 년을 그냥 놔두었다가는 인재가 모두 결단나겠다. 당장에 날랜 군사를 보내어 요사스런 그년을 잡아 죽이렷다"
"예이」명을 받은 한 장수가 장성 목란마을로 급히 내려갔다. 허나 갈애의 목을 베러간 그 장수는 갈애를 보자마자 금방 마음이 변했다.

"허허, 술맛 또한 좋구나. 과연 소문대로 사내녀석들이 오금을 못 펴는 까닭을 알겠노라" "장군님, 어서 쇤네의 목을 자르시와요."
"그게 무슨 말이냐?""만일 쇤네의 목을 자르지 않으시면 장군님의 목이 달아나실 게 아니겠어요" "괜찮다. 까짓것 죽였다고 거짓말로 아뢰면 될게 아니겠느냐" "정말이와요? 호호호..."

갈애의 미모에 정신을 빼앗긴 장수는 마침내 갈애를 끌어안았다.밤새도록 갈애와 정욕을 불사른 장수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떠날 줄을 몰랐다.
한편, 한양의 궁궐에서는 갈애의 목을 베러간 장수가 돌아오지를 않자 매우 궁금히 여기었는데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장수가 갈애를 죽이기는 커녕 한창 그녀의 미색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이에 크게 노한 임금은 선전관을 불렀다.

"이 어룡도를 줄 터이니 선전관은 곧 장성으로 내려가서 그 두 것들을 죽이고 올라오라" 엄한 어명을 받은 선전관은 수명의 무사를 거느리고 목란마을로 내려갔다."어명이다!" 선전관은 큰 소리로 외치면서 갈애의 주막으로 뛰어들었다.당황한 장수는 선전관 앞에 끓어 엎드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하고 싹싹 빌었다."어명이시다. 에잇!"선전관은 어룡도를 번쩍 쳐들어 장수의 목을 치고 다시 갈애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때였다." 으흐흐... 쉬..."하고 괴이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날씨가 왜 이럴까?""웬 일일까?"선전관과 무사들은 별안간 날씨가 험해지자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으흐흐..."여인의 통곡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괴이한 일이로구나. 아차 내가 실수를 했나보군." 선전관은 후회를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주막은 선혈이 낭자했고 죽어 넘어진 갈애의 얼굴은 칼에 찔려서 눈이 일그러져 있었다.괴이한 바람소리와 울음소리는 여전히 허공에서 맴돌았다.
그 후 마을사람들이 갈애바위에 가보니 이상하게도 바위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고 눈 한쪽이 일그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갈애의 원혼이 바위에 스며들었다"하여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 주었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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