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유정복은 과연 몇 점?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을 비롯해 '풀뿌리' 지방권력을 선출하는 제7대 지방선거가 내년 6월 13일 개최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국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러지는 첫 번째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이후의 정국 주도권을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방 분권'을 중요한 화두로 내걸어 온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기세를 몰아 개혁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안정적으로 집권 중반기에 진입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반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으로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야 이후 21대 총선까지 이어지는 흐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여야 각 당은 아직 선거가 8개월 넘게 남았지만, 여론이 흩어지고 모이는 이번 추석 연휴 민심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당장 추석 민심잡기 경쟁부터 벌일 태세다.

28일 여야 정치권의 분석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 후반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다음 선거까지는 현 여권이 기세를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야권의 한 중진은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을 위한,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의 지방선거"라며 "야당을 위한 공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아직 선거까지 8개월여의 시간이 남은 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보수통합 가능성을 포함해 통상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각종 합종연횡 움직임 속에 민심의 향배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100% 단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 그대로 시·군·구 의회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어떤 선거보다 구도가 복잡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것도 지방선거의 특징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의 경우 민심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벌써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예고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는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역 박원순 시장이 사실상 3선 도전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영선, 우상호, 민병두, 이인영 의원 등 중진이 대거 물밑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후보군이 부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새피 수혈'을 통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인물 경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 경기는 이미 전초전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미 출발 총성이 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재적 경쟁 관계인 남경필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정책을 놓고 벌써부터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남 지사는 연말께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정치 행보와 관련한 경우의 수가 거의 없어 지역 정가는 물론 측근들조차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장남의 필로폰 투약 사건이 얼마나 악재로 작용할지가 새로운 관심사다. 

남 지사가 소속된 바른정당에서는 초대 대표를 지낸 5선의 정병국(여주 양평) 의원의 재도전도 예상된다. 그는 남 지사와 절친한 사이로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서 남 지사에게 석패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 민주당에서는 10명 이상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전국구로 자리매김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손꼽힌다. 

이 시장 역시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서울시장을 접고 경기지사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시장은 최근 방송인터뷰와 SNS를 통해 청년연금 정책을 놓고 남 지사와 사행성 포퓰리즘 논쟁을 이어가 내년 지방선거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도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지역 정계에서는 높은 인지도의 이 시장과 탄탄한 조직력의 전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경선을 치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밖에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중진급과 안민석(4선·오산)·이종걸(5선·안양만안) 의원, 이석현(6선·안양동안갑) 전 국회부의장 등 지역 터줏대감인 다선 의원들의 출마설도 나온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양기대 광명시장, 최성 고양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김윤식 시흥시장 등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정 운영과 관련해 호평을 받는 재선·3선 시장들로 이 가운데 양 시장은 출마를 굳힌 상태다.

국민의당에서는 손학규계인 이찬열(3선·수원갑) 의원과 이언주(재선·광명을) 의원, 김영환 전 최고위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국당은 친박계의 대표주자였던 홍문종(4선·의정부을)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고, 대선 경선에 나왔던 원유철(5선·평택갑) 의원, 심재철(5선·안양동안을) 국회부의장도 출마를 권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으로는 3선의 이석우 남양주시장이 후보군에 포함된다.

정의당의 경우 경기지역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선 본선 무대에 올랐던 심상정 전 대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인천, 10여명 거론돼

인천에서는 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재선에 성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워 당선된 유 시장은 '부채 도시' 인천의 재정 건전화를 앞당겼다는 점을 무기로 재선에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에는 현재 한국당 소속 의원이 홍일표·윤상현·안상수·민경욱·정유섭 의원 등 5명이 있는데, 누구도 시장 출마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지 않아서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유 시장의 본선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정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재선·남동갑)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박 의원은 유 시장의 제물포고 1년 후배로 둘이 본선에서 맞붙게 되면 동문 간 양보 없는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19대 대선 때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윤관석(재선·남동을) 의원,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인 김교흥 전 의원, 인천의 유일한 여성 기초단체장인 홍미영 부평구청장도 민주당의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시장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박우섭 남구청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본인이 사석에서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문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바른정당 후보로는 이학재(3선·서구갑) 의원이 거의 유일한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 출마를 고려하다가 유 시장을 지지하며 뜻을 접었던 그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지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에서는 김응호 시당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올해 7월 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그는 당 내외에서 지지기반을 넓혀가며 세를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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