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목계 강 혼은 젊은 시절 한때 아리따운 관기와 깊은 사랑을 불태운 일이 있다.

강 혼이 기생과의 사랑에 빠져 있을 무렵 공교롭게도 진주 방백이 바뀌어 새 사또가 부임해 왔다.

새로 온 사또가 기생들을 일일이 점고하는데 강 혼의 연인이 사또의 눈에 들어 수청을 들게 되었다.

속절없이 빼앗기게 되었다. 더욱이 관기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 혼은 북받쳐 오르는 분함과 연정을 주체할 수 없어 수청을 들러가는 기생의 소매자락을 부여잡고 한 수의 시를 지어 소매에 써 갈겼다.

"사또는 위풍당당한 3군 원수요, 나는 왕권청등의 벼슬 없는 한 선비 너도 분명 경수의 강물은 흐리고 위수는 맑음을 아련만 그 단분은 누구 위한 것인가 나는 몰라라."

강 혼의 행동거지에 놀란 기생은 저고리를 갈아입을 생각마저 잊어버리고 엉겹결에 신관 사또의 방으로 들어갔다.

쫓긴 듯 들어서는 기생의 소매 자락에 쓰인 시를 발견한 사또는 그 연유를 물었다.

시의 작자가 누구냐고 다그치는 것이었다. 기생은 밝히지 않을 수 없었고 급기야는 잡아들이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강 혼이 붙들려 왔다.

수청 기생은 말할 것도 없고 이속들은 큰 변이 일어났다며 몸둘 바를 몰라하는데 사또는 뜻밖이었다. 주안상을 준비케 하고 백면서생 강 혼을 따뜻이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사또는 기생의 소매 자락에 쓰인 시를 보고 그의 글재주와 호기에 마음이 끌려 한 잔 술은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수청을 들 뻔한 기생도 되돌려 주고자 작정한 것이다.

술잔이 돌면서 취기가 올랐고, 때에 취흥이 감돌아 사또는 강 혼에게 넌지시 권학을 타일렀다. 이에 강 혼은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지난날들을 잊고 분발, 1486년에는 문과에 오르게 되었으니 나중에는 벼슬이 도승지 좌찬성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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