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금융업계의 비리와 사고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인 정보 유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금감원장이 은행장들을 불러 금융사고에 대한 엄벌 방침을 밝혔는데도 농협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보험사에서까지 줄줄이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고객 돈을 횡령하고, 허위 보증을 해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생명은 고객 개인 정보 35만 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3개월간이나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금융당국의 점검 과정에서 발각됐다.

농협생명 경영진은 물론 농협생명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농협지주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연초부터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터져 나온 사고와 비리는 대한민국의 금융 시스템이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국민, 롯데, 농협 카드 등에서 거의 전 국민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에서는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

국민은행 직원은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은행 돈을 횡령했고 하나금융그룹은 위법적인 방법으로 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경영진이 징계를 받았다. 국민, 우리, 기업은행 도쿄지점 등에서 일어난 부당대출 사건은 특별히 심각하다. 도쿄에서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국내로 반입되거나 또는 제3국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고, 은행 직원 2명이 자살했다. 산업은행 도쿄지점에서도 부실대출 혐의가 적발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수천억 원대의 부당대출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상납 됐다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회사 경영진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금융회사에서 대형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경영진과 감사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이런 경고는 그러나 그동안 당국의 감독이 부실했음을 자인하는 것 같이 들린다. 금융사고는 금융회사 혼자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은 물론, 감독 당국의 느슨한 감시 시스템, 솜방망이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 금융 사고를 보면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다. 저축은행들에서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저축은행 경영진과 한 몸이 돼 비리를 저질렀다. KT ens에서 일어난 사기 대출 사건에도 금감원 간부가 연루돼 있었다.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회사의 감사나 사외이사로 가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장은 호통치기에 앞서 스스로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금융회사는 효율적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교한 신용관리 시스템, 내부통제 시스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합리적으로 자원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해서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그러나 피나는 노력으로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이자와 수수료 수익 중심의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쉽게 돈을 벌고, 고액 연봉으로 내부 잔치를 벌이는 경향이 있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까지 내부에서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가지고도 반성하지 않았다. 현장을 모르는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나 정치권에 줄을 댄 금융회사 내외부 인사들이 지주회사 회장직을 차지해 무능 경영을 일삼았고, 금감원 간부 출신들은 감사와 사외이사가 돼서 비리를 무마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병든 금융시스템으로는 경제혁신은 불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포함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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