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全善勇) 첫 시집 '뭔 말인지 알제'

시집을 받고 표지 다음 장 책날개부터 열었다. 대구 출생 이외에는 ‘지난 것은 지난 것일 뿐’이라며 이메일 주소 하나만 달랑 올려놓고 약력이 빠졌다? 이게 아닌데 싶어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현재 거주지 서울, 그런데 전국은 물론 사이버 세계까지 그의 족적이 안 닿는 데가 없었다. 시 외에도 캘리그라피 글씨와 그림 솜씨까지도 괜찮은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다.

그래서 직업이 궁금했는데, 시집 말미 해설에 세세하게 밝혀 놓았다. “그는 밥을 해결하기 위해 막노동꾼, 퀵 서비스, 외판원, 일용직, 알바…도시의 밑바닥을 몸으로 밀고 나가며 어디까지나 자신의 직업은 시인이라 생각”한단다. 삶을 시로 옮기는 고단한 작업이지만 노력과 비교하면 돌아오는 대가라는 게 야박하기 그지없다. 노동시인으로 산다는 게 여간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동자로 살다 간 시인 중에는 고 박영근, 조영관 시인 등이 있다. 박노해, 백무산, 김신용, 김해화, 김용복, 배순덕, 임성용 시인 등등 많지만, 아마 그들도 전선용 시인만큼 다양한 노동 체험은 못 했으리라.

이건 또 뭔가? 2014년 한 해 동안 제1회 북한 인권문학상, 포항 소재 문학상,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용산도서관 두텁바우시, 농촌문학상 등 공모전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특히 경기도 도시개발공사 공모전에는 수필로, 「용인문학 신인상」에서는 「틱 장애」 외 5편의 시로, 그 외에도 의정부 문학상, 근로자 문학제 등에서도 그의 이름이 보인다. 지난해에도 복숭아문학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박영우(경기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시인은 “일단 ‘복숭아’라는 시적 대상을 시적 화자인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별’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면서 이끌어가는 시상전개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용인문학 신인상」 당시 심사위원은 김윤배, 박후기 시인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묵직한 어법을 구사하고 자신의 내면과 사회 풍경을 함께 읽어내는 탁월함이 돋보인다. 이미지의 단단함과 은유의 유려함을 넘어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힘이 있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번 첫 시집의 첫 장 ‘프롤로그’에 “중심을 잡기 위해 잠깐, 아주 잠깐 내가 흔들렸을 뿐”이라고 고백한다.

첫 시집을 펼치면 그 시인이 살아온 성장 과정이 보이게 마련이다. 고생했던 기억들은 너무 안쓰러워 빼지 않고 꼭 넣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 시집은 4부로 나뉘었다. 제1부 <골무>에서는 신앙심 깊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가는 가족사의 발견, 제2부 <볼 수 없었던 너를 위하여>는 거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나의 발견, 제3부 <낮은 곳보다 더 낮은 곳으로>에서는 퀵 서비스 등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느끼는 세상을 발견한다. 마지막 제4부에 이르면 <물처럼 산처럼> 살겠다면서 드디어 더 큰 세계로 나오고 있다.

멀리서 어머니의 말씀이 들려온다. “아야, 나는 삐딱하게 걸어도 니는, 꼿꼿하게 걸어야 한데이, 알제 무슨 말인지?” 노동이 기분 좋은 가을이 왔다.

-2017. 8. 30 발행, 144쪽, 도서출판 움,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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