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3주 지나며 서울·신도시 아파트값 지역별 차별화

8·2 부동산 대책 발표 3주가 지나면서 서울과 신도시 아파트 시장이 지역별, 단지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거래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일부 지구계획 수립 등 재료가 있는 단지는 가격 급락세가 진정되며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고 있다.

신도시 역시 입주가 많은 화성 동탄·광교 등은 가격이 약세인 반면 판교·분당 등 투기과열지구 등의 이중 규제에서 제외된 기존 신도시는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른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대책을 앞두고 있어 시장 움직임에 변동성이 크다"며 "10월 추석 연휴 이후에야 시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강남 재건축 급락세 진정…강북은 호재 따라 '온도차'

8·2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2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팔린 이후 일단 추가 하락세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8·2 대책의 충격으로 지난 11일 조사 기준 0.25% 하락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8일 조사에서 -0.16%, 25일 조사에선 -0.03%로 낙폭이 차츰 둔화하고 있다. 일부 사정 급한 '초급매물'이 팔린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고점 대비 3천만∼1억원가량 빠진 상태에서 추가 하락세는 멈췄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조합원 지위 양도와 관련한 예외조항을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착공 전까지는 거래가 가능해지다 보니 매도·매수자들 모두 급할 게 없어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관망하면서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어떤 가격에도 당장은 사려는 매수자들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낮추진 않고 지켜보는 것 같다"며 "다음 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규제도 예정돼 있어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구계획 심의 재료가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급급매'가 팔린 이후 거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아파트 1112㎡의 경우 8·2 대책 직후 고점(15억7천만원) 대비 1억6천만원 떨어진 14억1천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뒤 최근에는 14억7천만원으로 거래가가 올랐다.

119㎡도 고점(17억2천만원) 대비 1억7천만원 빠진 15억5천만원짜리 초급매가 팔린 이후 현재 거래 시세가 16억5천만원으로 오른 상태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수세가 활발하진 않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도 10여건이 거래되면서 '급급매'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지구계획 통과 여부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파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등지의 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2003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해 매매가 가능한 것들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 발표 이후 고점 대비 5천만∼6천만원 싸게 팔아달라는 매물이 나오지만 가격이 별 의미가 없다"며 "매수 문의가 하루 한 통도 올까 말까 하고 대기 손님도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중개업소들도 거래를 못 해 볼멘소리다. 개포동의 또 다른 사장은 "대책 발표 이후 이 일대에 중개업소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매매거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생계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는 중개업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북권의 일반 아파트들은 지역마다 온도차가 감지된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복 지정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노원구 일대 아파트는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거래 시장에 찬바람이 냉랭하다.
이에 따라 부동산114 시세 기준 지난주 노원구의 아파트값은 0.11% 하락하며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반면 대책 발표 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강북의 도봉(0.15%)·동대문(0.15%)·구로(0.13%)·성북구(0.13%) 등은 지난주 실수요자들이 찾아오면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노원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중복 철퇴를 맞은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트리오의 경우 예상과 달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2가의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용산공원 등의 개발 호재로 가격을 낮춰주지 않고 있고 매물도 별로 없다"며 "다만 매수자들도 앞으로 나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대책 발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 판교·분당·평촌 등은 일부 호가 상승…추석 이후 움직임 본격화할 듯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벗어난 서울 인근의 신도시들은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차츰 호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주 판교신도시의 아파트값은 0.37%로 1, 2기 신도시를 통틀어 가장 많이 올랐다.

판교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71㎡는 최근 대책 발표 전보다 5천만원가량 오른 16억7천만원에 팔렸다. 128㎡도 8·2 대책 전 12억8천만∼13억원 하던 것이 최근 13억5천만원에 매매됐다.

성남 판교동 G공인 사장은 "대책 발표 이후 지켜보던 수요자들이 가격이 안 떨어지니까 비싼 값에서도 매수를 한다"며 "전체가 중대형이기도 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사놓고 나중에 안 팔리면 전세 놓고 기다리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촌 일대도 대책 발표 전부터 매물이 없어 가격이 강세다. 향촌마을 롯데 아파트 110㎡는 6억원이 넘는데 매물이 나오면 거래가 이뤄진다.

분당의 아파트들은 호가가 대책 이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일부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가 뜸하다.
서현동의 H공인 대표는 "풍선효과라고 보기엔 매수 문의가 별로 없고 거래도 잘 안 된다"며 "매수·매도자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입주 물량이 몰리고 있는 화성 동탄2신도시 등은 대출 규제가 없어도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부동산114 조사에서 화성 동탄(-0.01%)과 광교(-0.5%)는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순 가계부채 대책과 다음 달 말 주거복지로드맵 등 정부의 추가 대책이 발표돼야 본격적으로 시장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에 팔려는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추석 이후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9월이 이사철이지만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매도, 매수자들이 쉽게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초 긴 추석 연휴도 예정돼 있어서 대책 발표를 지켜본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추석 이후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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