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타일·베란다 벽에 금·비 오면 누수…화성시는 '모르쇠'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화성 지역 내 부영이 지은 임대아파트에서도 주민들이 하자보수 문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전북 전주의 아파트에 살다가 화성 향남2지구 부영임대아파트로 이사 온 주부 김 모(39) 씨는 이사 후 지금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5살, 7살 두 아이를 온종일 돌보고 나서 녹초가 되다시피 해 잠을 청해도 자정 넘어 새벽 늦게까지 '윙∼윙∼'하는 이상한 소음이 계속해서 침실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무슨 귀신같은 소리가 밤늦게까지 들려서 이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관리사무소와 부영아파트 AS센터에 전화로 항의해도 '어쩔 수 없다. 노력해 보겠다'는 말뿐 한 달 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 소리는 김 씨 집 현관 바로 앞에 설치된 유수검지장치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 장치는 스프링클러 설비의 자동 경보 장치 구성 기기의 하나로, 스프링클러 유수 현상을 자동으로 검지해 신호 또는 경보를 발생한다.

김씨가 소음 저감을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고쳐지지 않자 그는 지난 17일 오전 새벽에 휴대전화로 소음을 녹음해 아침 일찍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하자보수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들려줬다.

그는 소음 문제뿐 아니라 온갖 하자로 이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의 안내로 그의 집에 들어가 보니 현관 근처 스프링클러는 뚜껑이 덮여 있지 않은 채 천장 밖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화장실 타일 한 개는 20㎝가량 금이 가 있고, 뒤 베란다 창문 아래 벽에도 120㎝가량 실금이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나 있었다.

안방 앞 베란다 창문 아래 벽면은 흰색 페인트가 제대로 칠해지지 않아 군데군데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고, 부엌 싱크대 문은 높낮이가 맞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다.

김 씨에게 "누가 살던 집에 입주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아파트가 입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임대가 나가지 않아 내가 처음으로 이 집에 들어왔다. 새집에 들어왔는데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도 문제지만, 주민들이 요구해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입주할 때 안방 LED 등이 고장 나 고쳐달라고 했더니 5일 만에 갈아줬고, 부엌 베란다 창문에도 방충망이 하나 없어 달아달라고 했더니 미입주 빈집에서 가져와 설치해 줬다"며 "관리사무소가 '집을 잘 보고 들어가야지'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 아파트의 한 포털사이트 밴드에는 김 씨처럼 하자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랑투'라는 닉네임의 주민은 안방 천장과 부엌 천장에 분홍 곰팡이가 생겨 하자보수 신청을 했고, 비가 많이 오니 안방 쪽 베란다 우수관 옆으로 위층에서 물이 새 물바다가 되겠다는 내용의 글을 밴드에 올렸다.

'윤고'라는 주민은 유수감지장치 소음을 녹음해 밴드에 게시했다.

김 씨는 "임대아파트이다 보니 분양아파트처럼 주민들이 단결해 공동으로 하자보수에 대응하지 못하고 주민 개개인이 부영을 상대하다 보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에 대해서는 현장시장실을 만들어 놓고 공무원들이 상주하며 주민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있지만, 향남2지구 부영아파트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파트 11단지의 경우 2014년 11월 28일 입주 시작 이후 주민들의 하자 신청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 주택과 관계자는 "향남2지구 11단지를 포함해 주변 5개 임대아파트에서 제기된 하자 관련 민원이 8월 들어 한 건도 없었고, 그 이전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가 공식적으로 임대아파트 하자 문제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임대아파트 주민은 임차인이어서 하자보수 신청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화성시는 임대아파트 주민이 하자와 부실시공 관련 민원을 제기하면 시공사에 문서로 처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부영 측 관계자는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하자 처리에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오래전부터 하자 보수 부서를 강화해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다만, 임차인의 스케쥴이 안 맞아 보수가 늦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양해를 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AS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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