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대참사(大慘事)에 온 국민이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이 순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배 안에 있는 생존자들이 보냈다는 거짓 메시지가 돌아다니고, 악성 댓글이 달리고,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으로 속인 스미싱 문자까지 등장해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고 있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한 고등학생들의 죽음까지도 조롱의 대상이 되고, 사기의 도구가 되는 것이 세계 최고의 IT(정보통신) 강국이 됐지만 품격은 바닥 수준인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세월호가 침몰했고, 수백 명에 이르는 단원고 학생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SNS에는 생존자가 보냈다는 메시지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한 카카오스토리 메시지에는 "배 안인데 사람 있거든,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사람 있다고 좀 말해 줄래"라고 쓰여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의 실명이 포함된 구조요청 메시지도 올라왔다. "선미 쪽에 있는데 유리창 깨질까 봐 무섭네요. 구조대 안 와요"라는 내용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생존 소식을 기다렸던 실종자 가족들은 한 가닥 희망을 품었지만 이 모든 메시지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실종자 전체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관련 시간대 동안의 이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모두 사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서는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보낸 '세월호 구조영상'을 사칭해, 클릭하면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미싱 문자까지 등장해 정부가 주의를 당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는 피해 가족들의 가슴을 이중으로 짓이기는 행위임은 물론 구조 작업의 선후조치 판단에 영향을 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불가피하다. 경찰은 최초 작성자, 유포자 등을 밝혀내 혐의의 내용과 경중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벌백계로 다스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을 놓고 장난질을 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정보통신의 이기(利器)가 가진 익명성과 빠른 전파성을 악용해 거짓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남에게 상처를 주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거짓 정보 유통으로 국민 생활의 불안이나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없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이례적으로 SNS 등에 관대한 문화가 자리 잡았을 수 있다. 그러나 피어보지도 못하고 숨진 학생들의 죽음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를 더는 허용할 수 없다.

'단원고의 비극'마저 조롱하는 반문명적, 반인륜적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사이버 공간까지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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