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가르칠 게 없구나 세상에 나가 정의를 위해 칼을 뽑거라"

"옛날 횡성 안흥에는 이찬종이라는 청년이 살고있었다. 본시 천성이 어질고 착한데다 심성이 곧고 부지런했으며 효성 또한 지극하였다. 워낙 가난한 살림을 물려받아 어렵게 살았지만 그는 마을 앞에 있는 폐허의 땅을 부지런히 일구고 가꾸어 그가 일군 들판에는 오곡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피땀 흘린 대가와 자연의 섭리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더욱더 열심히 일해 가세는 점점 윤택해지고 화목한 가정에서는 웃음꽃이 항상 피어났다. 

어느 날 밤, 그는 매우 신기한 꿈을 꾸었다. 키가 9척이나 되며 백발수염을 드날리며 신선이 구름에서 내려와 한바탕 너털웃음을 웃고는 그를 불렀다. “여봐라 찬종아~ ” 그 청년은 생전 처음 보는 노인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릴 듣고는 깜짝 놀랐다. 

“예… ” “내 너의 효심에 감동하여 네 앞길을 열어주려 왔느니라 부디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행하도록 하여라.” “예 신선님 감사합니다.” 청년이 눈을 들어 신선을 바라보니 신선의 얼굴에서는 휘황찬란한 광채가 하늘 끝까지 뻗쳐 도저히 눈을 뜨고 바라 볼 수 가 없었다.

 “신선님 부디 저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젊은 청년은 진심으로 신선에게 말하였다. “그럼 내 말을 잘듣고 행하거라. 오늘부터 사흘 뒤 동쪽으로 100리를 가면 날이 저물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나타날테니 그 사람의 지시를 잘 받도록 하여라.” 그 소리가 끝나자 마자 신선은 ‘펑’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청년도 꿈을 깨고 말았다.

그 청년은 꿈이 하도 신기해서 그의 지시대로 따르기로 작정하고 사흘 뒤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신선이 얘기해 준대로 동쪽을 향해 정처 없이 길을 떠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멀리 숲 저 쪽에서 희미한 등불이 보이고 인가가 어슴프레 모습을 나타냈다. 청년은 오막살이에 가까이 가 주인을 불렀다. “계십니까 ? 주인 양반 계십니까?” 몇 번을 거듭 부르자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방에서는 금방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십니까? 이 밤중에 … 아! 그분이시군요. 지금에야 오시는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청년은 정말 꿈 만 같았다.

난생 처음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청년은 그 여자가 이끄는 대로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는 산해진미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가득 차려져있었다. 그 여인은 청년의 손을 이끌고 아랫목에 앉힌 다음 섬섬옥수를 들어 향기 그윽한 술을 한 잔 가득 따랐다. “찬은 없지만 맛있게 드셔요. 그리고 이 술은 저와 백년가약을 맺 는 술입니다.

힘과 용기가 솟는 신선주입니다” 청년은 단숨에 그녀가 따라주는 신선주를 들이 마셨다. 그러자 정신이 맑아지고 온 몸에서 힘이 용솟음쳤다. “저는 선비님의 아내가 될 사람입니다. 제가 미천해 배운 것은 없사오나 앞날을 보는 안목은 조금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미천한 제 말씀을 꼭 따라 주시면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오늘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은 저와 함께 가셔서 선비님을 기 다리는 분을 만나 뵙도록 하셔요.”

 꿈 같은 하룻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그 청년은 여인이 인도하는 대로 숲 속을 따라 들어갔다. 숲 속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으로 마치 무릉도원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사흘 전 꿈속에서 만났던 신선이 나타났다. 청년은 땅바닥에 넓죽 엎드렸다. “신선님의 고명하신 가르치심을 받으러 소생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허허 네가 올 줄 알았다. 그래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딜 수 있겠느냐? ” “예 분골쇄신 노력을 아기지 않겠습니다.” “오냐 잘 알았다” 그러면서 신선은 신고있던 신발을 벗어 계곡 아래로 휙 내던졌다. 

계곡 밑을 바라보니 계곡 밑은 천길 만길이나 되는 절벽이었다. 그냥 내려다보기만 해도 청년은 현기증이 났다. “신을 찾아오너라” 청년은 두말없이 죽을힘을 다해 절벽을 기어 내려가 간신히 신발을 찾아 가지고 올라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난데없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잡으라고 하였다. 청년이 그것을 잡자 그 지팡이는 땅속에 박힌 쇠기둥이나 되는 듯 꼼짝달싹도 안했다. 청년은 한나절이 다 되도록 죽을힘을 다 해 지팡이를 잡고 힘을 썼지만 그 지팡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됐다 됐어 그 용기 그 인내심이라면 … ” “이제부터 내 가르침을 열심히 배우도록 하거라 ” “예” 그 날부터 청년의 뼈를 깍는 각고의 훈련이 시작됐다. 

물론 그 아름다운 여인은 그가 신을 찾아 가지고 왔을 때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검술, 궁술, 도술, 병법 공부에 정진했다.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이제 그를 대적 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무공이 높아갔다. “이제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세상에 나가 정의를 위해 칼을 뽑거라. 절대로 의와 참이 아닌 곳에 인격과 양심을 팔지 말도록 하거라 또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도록 하거라 ” “예 사부님 명심하고 사부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청년은 신선에게 굳은 맹세를 하고는 정 들었던 산을 내려왔다.얼마만큼 걸어 내려오니 마침내 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마을 풍경이었다. 청년이 감회에 젖어 동네에 다다랐을 때 동네 어귀에서 처절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필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울음소리를 쫓아 발길을 재촉했다. 그 마을의 시냇가에서는 가날프고 아리따운 한 아가씨가 슬피 울며 빨래를 하고 있었다. “여보시오 아가씨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리 슬피 우는지 그 까닭이나 알아 봅시다” 그러나 그 여자는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울기만 했다. 

청년이 계속 간청 해 묻자 그 여자는 울먹이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마을 김 진사 고명딸이옵니다. 얼마 전부터 마을에 무서운 산적이 나타나 약탈을 일삼으며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산적들은 워낙 숫자가 많은데다 산적 두목이 무예의 고수라 관군이 몇 번이나 토벌을 하려 했지만 대패하고는 손을 놓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밤 저를 그 무서운 산적 두목이 강제로 빼앗아 아내로 삼는다고 합니다. 만약 거절하면 저희 마을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만 있을 뿐입니다” “아가씨 걱정하
지 말아요. 내 미력하나마 극악무도한 산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아가씨를 구해드리리다”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만 혼자서 어찌 그 많은 적을 대적하시겠다는 것입니까? ” “제 걱정은 마세요. 내 속히 산적의 소굴을 다녀오겠소” 청년은 축지법을 사용 해 한 걸음에 산적의 소굴에 당도했다. 산적 두목이 제 아무리 무예의 고수라 해도 신선으로부터 무공을 익힌 청년의 상대는 되질 못했다. 한 시간이 못 돼 그야말로 산적의 소굴은 초토화되고 산적 두목도 청년의 정의의 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식은 재빠르게 온 마을로 퍼졌다.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김진사 고명딸은 감격하여 버선발로 뛰어나와 청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삼 년 전 훌쩍 청년의 곁을 떠났던 그 때 아가씨가 바로 김진사 고명딸이었다니. “정말 큰 일을 이루셨군요. 저는 똑바로 보세요. 흑흑---” 청년의 품에 안긴 그녀는 너무 감격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내일처럼 기뻐했고 두 사람은 온 마을 사람들의 축복 속에 한 쌍이 되었다. 극악무도한 산적을 물리친 소문은 온 나라에 퍼져 마침내 임금에게까지 들어갔고 임금은 친히 그를 불러 대장군이 되었다고 한다. 이찬종 장군은 정의의 칼을 들고 온 나라를 누비며 악한 무리들을 모두 물리치고 요순 시대 보다 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큰공을 세웠다. 그 후부터 이 마을은 난조가 춤을 추며 청년을 인도했다고 해서 ‘무난(舞鸞)’이라 불렀으며 이 마을이 바로 안흥면 상안리에 있는 ‘무난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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