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열불 나고 숨이 턱턱 막히는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벗으려야 더 벗을 것도 없다. 국민안전처에서는 친절하게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으니 외출을 삼가라 문자를 친절하게 보내지만, 직업상 밖에 안 나갈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막냇동생이 휴가 기간에 시골로 내려와 글을 쓰라며 전화했다. 안성에 텃밭이 있는 농가주택을 개량해서 제법 그럴싸하게 꾸며놓긴 했다. 그런데, 잡초가 너무 많다. 뽑으면 뽑을수록 자꾸 나와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해에 좋다고 갔다가 사나흘 잡초를 뽑다가 허리 끊어지게 고생했던 기억이 가시지 않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눈치를 살피며 뉴스를 보는 척하던 옆지기의 기습질문이다. 

“상병, 병장은 알겠는데, 일병, 이병은 헷갈려요?”

병역의무를 필하지 않았으니 알 턱이 있나 하며 빈정댔더니 약이 바짝 오른 까치독사처럼 달려든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따지고 든다. 얘긴즉슨 어찌해서 작대기 하나가 이병이고, 두 개는 일병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내인들 알 수도 없고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다고는 했지만, 만족한 답이 됐을 리가 없다. 연달아 군대 얘기를 물어보는 바람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 얘기라면 6박 7일간 해도 끝나지 않지만 참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에 따르기로 했다.

“요즘 이등병이 별 네개도 떨어뜨리는 거 봤지? ”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별을 달아주지만….”

장기판에서 졸과 사격장에서의 이등병까지 예를 들면서 구구절절 있는 지식은 총동원해서 게거품을 물면서 설명해줬다. 대장보다 더 별이 하나 더 많은 맥아더 장군도 있었고, J 침대도 있지만, 대통령은 별이 다섯 개나 마찬가지라고 했더니, 박그네가 웬수라고요 한다. 하여튼 요즘 별 네 개 때문에 야단법석 왁자지껄하다. 어떤 이는 잡초만도 못한 그를 이등병으로 강등시켜 옷을 벗겨야 한다지만, 어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별세계 아니던가.

잡초, 물론 이름이야 있겠지만 잘 모르니 도매금에 넘기는 풀들도 많다. 이 대목에 오니 세월호 당시 노란 리본을 달아 잡초라며 방산비리를 덮어씌워 구속했던 황기철 제독의 모습이 떠오른다. 7시간, 그 행적을 감추려던 사건 말이다. 물론 지난해 9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누명은 벗고 명예회복이 됐다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없어지질 않을 것이다. 그가 누구이던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우리 선원들을 구출했던 ‘아덴만 작전’의 영웅이 아니던가.

‘잡초론’은 노통정부 때 ‘국민을 농부로, 정치권을 밭으로, 정치인을 곡식’으로 비유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자신들은 잡초가 아니라며 발끈했음은 당연하다. 그때 노통이 이메일로 500만명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략)…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냅니다. 농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대다수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생략)”

어깨에 똥별 좀 달았다고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마당쇠 부리듯 갑질하다 개망신당한 돈키호테 장군과 산초 사모님은 누가 뭐라 해도 잡초다. 그야말로 부끄러운 똥별이다. 빨리 떨어져 없어지면 통쾌할 별똥별이다. 잡초만도 못한 별을 따낸 이등병 만만세!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