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가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밝힌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미묘한 차이를 보여 주목된다. 국정위 발표 내용은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전작권 조기 전환'으로, 구체화하지 않은 문구이다. '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 추진'이라는 문 대통령 공약과 비교하면, 기한을 명시한 '임기 내' 대신 '조기'라는 구속력 없는 표현을 쓴 게 눈에 띈다. 국정위의 발표문 초안에는 대선 공약처럼 전환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문 대통령의 지시로 수정됐다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거론하면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양 정상 간 합의 조건이 이행되면, 임기 내든 임기 후든 전작권 환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위 발표의 무게 중심은 '조기'보다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라는 표현에 실린 듯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국정위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이 공동성명 내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 같다.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전작권 전환 시기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울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봉쇄할 만한 한국군의 군사능력 구축도 고려했을 수 있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는 ▲전환 합의 당시 안보 상황과 향후 안보 상황에 대한 재평가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 구축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책으로 우리 군은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 임기 내인 2020년대 초반까지 구축을 완료하려면 매년 GDP 대비 3∼5%의 국방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3축' 중 이것 하나만 추진하려고 해도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잠재적 핵 소형화 능력도 심각한 고려 요소였을 것 같다. 이번 국정위 발표의 표현을 놓고 일각에서는 '임기 내 조기'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임기 내 전작권 환수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한미 양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월 '2012년 4월 17일'을 기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처음 합의했다. 그러다가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두 차례 조정돼 '2020년대 중반'으로 늦춰졌다. 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방침은 군사주권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지금은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이 전작권을 갖고 있어 유사시 한국군 지휘권이 자동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이런 종속적 지휘구조를 바로잡아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전작권 환수의 핵심이다. 이는 주권국가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반대할 만한 명분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걸린 전작권 문제를 감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국익을 생각하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자세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하루라도 빨리' 하는 조급함보다 작은 빈틈도 남기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국정위 발표의 전작권 '조기 전환'이 감속인지 가속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지금이 서두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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