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식업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 품목'의 상세한 내용과 마진(이윤)이 공개된다. 필요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해 직권조사도 할 수 있다. 또 오너나 가맹본부 임원 등이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해 가맹점 매출에 피해를 줄 경우 손해배상을 하도록 의무화된다.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의 가맹점 보복이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보복으로 인한 손해의 최대 3배를 배상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3개 항목의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미스터피자나 호식이두마리치킨 사건에서 드러난 가맹본부의 '갑질'이나 오너의 '일탈'을 뿌리 뽑기 위해 공정위가 마침내 칼을 빼 든 것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갑질 논란이 잦았던 치킨·피자·커피·분식·제빵 등 5개 외식업 분야를 우선 대상으로 정했다. 주요 50개 가맹본부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외식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 품목의 상세한 명세와 마진 공개를 의무화한 것이 먼저 눈에 띈다.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는 외식업종의 필수 품목은 대부분 식자재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무관한 세제, 주방용품 등의 구매를 가맹점에 강제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다. 필수 물품의 마진이 공개되지 않아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관계 법령을 개정해 필수 품목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판촉행사 등의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가맹점의 사전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행정신고만 하면 가맹점 사업자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대책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가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해 가맹점주들의 고통을 방치했다"면서 "국민과 가맹점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회장이 구속된 미스터 피자에 대해 공정위는 2015년에 갑질 조사를 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피자 치즈 통행세' 문제도 최근 검찰의 요청을 받고야 전속고발권을 행사해 비판을 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첫 작품인 이번 대책에는 효과를 기대할 만한 갑질 근절 방안들이 다양하게 반영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23개 대책 중 9개가 법 개정 사항이라고 한다. 공정위 혼자 힘으로 완전히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여소야대 상황이긴 하나 가맹점 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권도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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