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하던 국회가 마침내 정상화됐다. 국민의당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수용해 국회 의사일정에 복귀하기로 한 데 이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14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보이콧' 해제를 선언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정성 어린 사과성 발언을 해주십사하는 요청을 계속하겠다는 전제하에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양보는 없었지만, 오직 국민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에 대한 심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점을 비판하면서도 '국민'을 앞세워 국회 정상화에 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제출된 지 37일만인 이날 오후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추경안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보수야당이 청와대의 '양보'로 어렵사리 조성된 협치 분위기를 깨지 않고 추경안 심의에 참여한 것은 다행스럽고 평가할 만하다.

추경안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심의 자체를 거부해온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입장을 바꾼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청와대가 조대엽 후보자의 사퇴라는 '성의'를 보인 상황에서 계속 국회를 보이콧할 경우 '발목잡기'를 한다는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 같다. 또 역대 정부에서 추경안이 처리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점과 국민의당의 보이콧 해제 결정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는 진통 끝에 국회 정상화를 끌어낸 만큼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7월 임시국회가 오는 18일 종료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여당인 민주당은 주말에도 심의를 진행해 18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추경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가 커 합의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이번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법률적 근거도 없고 전례도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6월 통계를 보면 청년실업률이 10%, 청년 체감실업률이 23%대였다"면서 국가재정법 89조가 정한 '대량실업 발생 우려'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국가재정법 89조에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등과 같이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은 이번 추경안이 경제, 특히 고용 회복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이 여당에 수정안을 요구하겠다고 밝혀 타협의 여지를 열어 둔 것은 다행이다. 여야는 진지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도 서둘러 매듭짓기를 바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정부 조직의 틀을 규정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문제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해야 하는 마당이다. 국회는 협상의 컨트롤타워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조속히 임명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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