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구단, 어떤 '작별 선물' 준비할까 KBO, 이승엽 '은퇴 투어' 협의중

▲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경기를 마친 삼성 이승엽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올해 후반기에 치를 경기는 정말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했다.

이승엽의 홈런에 열광했던 팬들에게도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후반기는 특별하고 소중하다.

이젠 이승엽과의 작별을 준비해야 할 때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20년 넘게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소속팀 삼성뿐 아니라, 타 구단 팬에게도 사랑받는 선수였다.

2017 KBO리그 후반기, 이승엽은 '은퇴 투어'를 떠난다.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이 은퇴 투어의 출발점이었다.

홈구장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즐긴 이승엽은 이제 각 구장을 돌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이승엽은 8월 10일과 11일, 대전(한화 이글스전)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8월 17일과 18일에는 수원(kt wiz전), 22·23일에는 고척 스카이돔(넥센 히어로즈)에서 해당 팀들과 마지막 방문경기를 한다.

8월 31일과 9월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SK 와이번스전), 9월 2·3일 잠실구장(두산 베어스전), 7·8일 부산 사직구장(롯데 자이언츠전), 9·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KIA 타이거즈전), 14·15일 마산구장(NC 다이노스전) 경기도 '마지막'이란 의미가 있다. 잠실 LG 트윈스전은 우천 취소된 한 경기가 추후 편성된다.

'은퇴 투어'에는 타 구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KBO가 멍석을 깔았다.

지난해 12월 단장들의 모임 실행위원회에서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승엽을 위해 각 구단에서 은퇴 관련 행사를 열어주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타 구단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반기를 준비하며 구체적인 계획도 짰다. 지난 11일 KBO 팀장 회의에서 "이승엽의 고별 투어를 준비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에서 이승엽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은퇴 투어와 활용하기로 했다.

KBOP는 '이승엽 고별 배트'를 만들어 이승엽이 각 구장의 마지막 방문경기를 치를 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선물하려는 계획도 마련했다.

각 구단 마케팅팀도 KBO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승엽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떤 선물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이승엽을 위해 활용할지 결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재치 있는 선물을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4년 데릭 지터가 은퇴 투어를 할 때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핀스트라이프 바탕에 뉴욕 양키스 로고와 등번호 2번을 새긴 부츠를 선물하는 등 각 구단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특별한 선물을 했다.

국내 구단들도 '이승엽 고별 선물'을 두고 묘한 아이디어 경쟁을 펼치고, 화제를 모을 수 있다.

이승엽은 타 구단에 '흥행'으로 화답할 수 있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에 도전할 때, 각 구장 외야에는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 등이 등장했다. KBO리그 400홈런, 한·일통산 600홈런 달성을 앞두고도 이승엽이 경기를 치르는 구장에 '이승엽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도 각 구단은 삼성과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이승엽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 스타다.

2003년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기록이었던 56홈런을 쳤고,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 시대(459개)를 열었다.

성실함과 겸손함까지 갖춰, KBO리그 팬의 이승엽 사랑은 구단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KBO와 10개 구단은 '선례'를 만들려고 한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일본에서 현역 생활을 마쳐 국내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2013년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했고, 이듬해(2014년) KBO 올스타전에서 팬들과 공식 작별 인사를 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은퇴 투어'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은퇴 시점을 정하고 마지막 시즌에 돌입한 전설적인 선수들이 원정 경기를 할 때, 상대 팀이 선물을 준비하고 은퇴 행사를 열었다.

마리아노 리베라와 지터가 2013년과 2014년, 데이비드 오티스가 2016년 은퇴 투어를 했다.

한국에서는 이승엽이 은퇴 투어를 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승엽은 "상대 팀에 실례를 범하고 싶지 않다. 방문경기에서는 그저 팬들께 고개 숙여 인사할 정도의 소박한 시간만 주어졌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특별하다.

팬들은 '국민타자'의 마지막 모습이 더 화려하길 원한다. 경기 중에는 이승엽과 맞서야 하는 타 구단도 이승엽의 마지막은 함께 기념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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