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학수사의 산증인 송호림 총경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접촉한 두 물체 사이에는 반드시 물질 교환이 일어난다"라는 '교환법칙'을 토대로 현대 과학수사 분야를 개척했다.

지금의 과학수사는 그 교환에 따른 '흔적'을 찾아내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실종 사건에서 하수구에 남은 인체조직을 찾아내 살인(2015년 화성동부 육절기 살인사건)이 있었음을 규명하고, 두루마리 휴지에 묻은 '좁쌀'만한 혈흔에서 사건(2014년 수원 박춘풍 토막살인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찾은 성과는 모두 놀라울 정도로 진화한 과학수사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과학수사의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제사건이 늘 때마다 온몸으로 고민하며 경찰직 대부분을 과학수사에 바친 숨은 일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 우리 과학수사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데 주축이 된 인물이 바로 송호림 성남수정경찰서장이다.

2002년 경찰청 과학수사과 실무계장(경정급) 재직 당시 송 총경은 과학수사과가 과학수사센터로 승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듬해에는 현장과 이론 연구를 접목하기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신), 학계 등과 연계해 '과학수사 학술세미나'를 처음 개최했는데, 이 세미나는 현재 '국제 CSI 콘퍼런스'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그는 국내 과학수사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법의관이 부족해 범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검시조사관제도를 도입한 이가 바로 그였다.

임상병리 및 간호 전공자들을 특별 채용해 범죄 현장 상황과 시신에 대한 정보를 법의학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일제 잔재로 남은 부검 관련 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의학계·한글학회 전문가들과 협의해 용어를 만들어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공로로 2003년 한글의 날 문화관광부 근정포장을 받았다.

2004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겪으며, 송 총경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시행하던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 제도를 국내에 도입, 범죄심리와 사회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을 특채해 국내 범죄분석의 시대를 열었다.

2007년엔 범죄인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법무부와 공동으로 DNA 관련 법 초안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2008년 총경으로 승진해 다른 보직을 맡았다가 2010년 과학수사센터에 책임자로 복귀한 뒤 해당 법률이 시행되자, 일선 수사에 활용되도록 DNA 수사 실무에 매진했다.

1년여 과학수사센터장을 역임하고 일선 경찰서장 등을 두루 거친 뒤 다시 2015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으로 다시 임명되자, 과학수사센터를 '국(局)' 체제로 승격시켰다.

총경 직위에서 같은 부서장을 2번 역임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경찰 내부에선 송 총경이 과학수사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2년 그가 과학수사 분야 실무계장을 맡을 당시 615명이던 과학수사 인력은 15년이 흐른 지금 1천45명으로 늘었고, 예산은 100억 원 규모에서 260억 원 규모로 커졌다.

송 총경은 "과학수사는 곧 인권수사다"라며 "과거엔 혐의점이 있는 피의자를 일단 체포한 뒤 자백을 요구하거나 증거를 수집했지만, 지금은 먼저 증거를 수집한 뒤 피의자를 체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수사 수준이 발전할수록 피의자 인권 보호는 강화될 것이며, 수사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한국경찰과학수사학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송 총경을 제1회 '아름다운 과학수사인'으로 선정, 시상한다.

한국경찰과학수사학회는 경찰과 국과수, 학계 등 400여 명의 전문가들이 2015년 창립한 학회로 매년 상·하반기 2차례 학술대회를 개최해 과학수사 발전상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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