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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 이원규의 된걸음] 세상 개판 5분 전
이원규 기자  |  lwk@1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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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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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닮은 연예인, IQ 테스트, 내가 신문 1면에 나왔다’ 등 재미로 보는 프로그램이 떠돈다. 가뜩이나 가물고 무더운 날에 때로는 이처럼 후한 인심으로 청량감까지 더해주어 만족도는 100퍼센트 이상을 웃돈다. 엊그제 떴던 나의 데이트권 판매에 이르면 가히 장난은 극치로 치닫고 있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개판 5분 전이다.

이원규와의 하루 데이트권 TICKET No.1-0273-01197
판매가:599,000,000,000원(세금 포함)
◆일시:2017년 9월 22일 ◆장소:원하는 곳 어디서든
※데이트 중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티켓 구매자가 부담
※스킨십 금지(단, 판매자의 동의가 있다면 OK)

말장난이라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의 동공에 번쩍 불이 켜졌다. 기왕지사 심심풀이 땅콩이니 또박또박 이름을 입력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히야! 뒤의 동그라미부터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이 넘어가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억, 십억, 백억에 이르니 정신까지 몽롱해져 다시 뒤로 가 여러 차례 헤아리고 또 헤아렸다. 9월 22일이면 나의 양력 생일쯤이다. 이 일만 잘 성사된다면 나의 후반기 인생도 제법 활짝 필 전망이다. 아마도 재벌이나 청와대 사람들도 이 정도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어찌 됐든 제법 몸값은 나가나 싶어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역시 가재는 게 편이다.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25명의 현역 의원이 청문회를 통과해서 ‘현역 불패’의 신화는 깨질 줄 모른다.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의원직을 사퇴하므로 아깝게 낙선했던 차점자가 의원직을 승계하지만, 지역구 의원은 소속 지역에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해서 겸직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역시 법을 만드는 사람들답게 핑계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단 1표 차가 나더라도 선거에서는 1등을 해야 한다. 낙선하면 인정사정은 물론 깍두기 국물 한 점도 안 떨어진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동네 통반장까지도 그들이 겸직하겠다고 나설 날도 머지않아 돌아오게 생겼다.

보리개떡이 이밥 될 리 없다. 미국의 힐러리 같은 이는 국무장관으로 임명되자 상원의원 자리를 내놓았다. 물론 같은 대통령제인 프랑스도 헌법에 현역 의원들의 국무위원 겸직을 단호하게 금지한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은 입에 담지도 말란다. 민생쯤이야 뒷전으로 미루고 죽기 살기로 철밥통을 지켜온 선배들의 찬란한 유지를 떠받드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가 오늘도 삼천리 방방곡곡 노천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연 중이다.

기성세대를 선도하는 입장인 이들이 못된 것만 보여줘, 애들이 뭘 보고 배울까 앞날이 걱정된다. 짐승이 아니라면 창피한 줄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사람이 짐승임은 분명하지만 제발 구역질 나는 얼굴 좀 제발 안 내밀었으면 좋겠다. 도덕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철면피(鐵面皮)들에 먹힐 리야 없겠지만, 엿 같은 이 세상은 별종이라야 뭐가 돼도 되니 이상야릇하다. 하기야 우리네가 먹고사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따지고 보면 그들끼리의 일에 괜히 오지랖 넓게 나설 일도 아니다. ‘정치’라는 말만 나와도 순간적으로 경기를 일으키며 밥맛 떨어진다는 분들 너무 많이 봐왔다.

앞에서 밝힌 나와 하루 데이트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은 변함없는 진리가 되어 영원무궁할 것이다. ‘도토리 키 재기’  ‘초록은 동색’  ‘도긴개긴’으로 고만고만해 거기서 거기라는 말도 떠돌고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먹고 살기 힘들던 피난 시절 얘기처럼 개판 5분 전이다. 쓸 만하다 싶었던 인물들은 특별한 무엇에 발목 잡히고 괜찮겠지 했던 인사마저도 뒤져보니 사람답지 못한 가련한 인생이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밥솥 뚜껑 열기 5분 전이나 샅바 싸움 전 씨름판 바닥 고르던 개판 5분 전은 그래도 좋고 정정당당한 일이다. 그런데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청문회 개판 5분 전에서는 뭔 소리를 그리 요란하게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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